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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어렵다(글/김연옥)

2017.07.24 09:57

관리자 조회 수:364

  어느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살아 가면서 자신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작업이 글쓰기"라고. "그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면 대신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좋다"고 하셨는데 마음에 쏘옥 와 닿았다. 새봄의 산천을 보고 어느 누구에게든 편지를 쓰고 싶은 적은 많았지만 글을 쓸 거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병원 로비에서 우연히 보통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한국산문》이란 월간지를 보고 '그 정도의 수필쯤은 쓸 수 있겠다'라는 오만에서 나의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글쓰기 강의를 들어보니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몇 번의 개정을 통해 정해진 맞춤법에 나름,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알고 있던 내용이 많았다. 게다가 외래어 바른 표기 및 접두ㆍ접미어, 조사의 바른 연결까지 무식자의 숲을 헤매다 온 것처럼 어려웠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글의 제목을 정하는 것이었다. 주제를 정하고 문단을 나누어서 겨우 하나의 글을 썼는데 제목 선택이 이렇게 힘들 줄...... 제목은 가장 축약된 주제로 그 글을 나타내는 단어 또는 문장이어야 할 텐데 쓰고 보면 연관성이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분량 조절이 또 하나의 난관이었다. 장문의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써 놓은 글을 정해 진 글자 수 분량에 맞추어 줄이는 과정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줄이되 자신의 의도는 온전히 살려둬야 하는 고급 기술은 어떻게 익힐 수 있을까?  막막한 채 문학 전공자나 글 쓴 경험이 많은 분들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애초에 나의 글쓰기 꿈은 《한국산문》에 글을 싣는 것이었다. 기행문, 서간문을 포함해 다섯 편의 경수필을 써서 보내면 되는 일이었다. 글을 읽다가 글쓴이의 생각과 의견에 같은 마음이 되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묵은 감정을 덜어 내고 새 힘을 얻는, 그런 쉬운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글쓰기 키움방의 분위기는 달랐고 추천도서 목록에 기가 꺾였다. 한 권도 읽어 본적이 없는 책들이었는데 아마도 철학적인 사고를 요하는 것들로 보였다. 할 수 있을까? 해 낼 수 있을까? 스스로 의문 속에 있을 때 '에펠탑 효과'라는 신선한 단어가 들렸다. 좋아하지 않던 것도 반복해서 꾸준히 보게 되면 호감을 갖게 된다니, 철학서적 읽기가 훈련되지 않은 내게 꼭 필요한 작용이다.

  이제 심오한 글을 읽고 작문의 스트레스를 즐길 시간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서 습관을 몸에 익히고, 글감이 떠오를 때 메모하고, 꾸준히 습작하는 태도를 갖기까지 아마도 멀고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한편의 글을 완성하여 따뜻한 혼이 날 준비까지 하고 한 달에 한번 가는, 마법의 수요일이 기다려진다. 또, 생각이 같은 사람들의 소통하는 법이 기대된다. 수다를 좋아하지 않지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나눌 특별한 사람들을 많이 의지하게 될 것 같다. 뭔가를 배우는 것은 명품이나 보석을 갖기보다 신나는 일인데, 잘 배워서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