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국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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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살아나고 있다

안 무 길

 

지난해 10월 무렵부터 나의 생활패턴은 완전히 바뀌었다. 뉴스 때문이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뉴스에 집중하는 시간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바로 헌재의 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대통령 탄핵 소추 사건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지겨워할 것이고, 나도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라 쓰지 않았다.) 나의 모든 관심이 이 사건에 쏠려버렸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조간신문 기사를 샅샅이 훑는 것은 물론이고, 바른 관점을 가지기 위해 사설과 칼럼 읽기도 필수가 되었다. 나름대로 공정 보도를 한다고 생각되는 TV 뉴스, 뉴스 분석 프로를 빠짐없이 보고, 출퇴근 시간에도 뉴스 방송에 완전히 빠져서 살고 있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때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청문회 생중계를 거의 다 지켜보았고, 수시로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서 보았다. 재미로 치면 어떤 오락 프로도, 영화도, 스포츠 중계도 요즘의 뉴스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박진감이나 스릴이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능가한다.

 

그렇다고 흥미 위주로 뉴스에 빠져드는 건 절대 아니다. 꽤 오래전부터 세상사, 특히 정치권의 되어가는 상황을 보면서, 내 안에 수그러들지 않고 일었던 분노에 가까운 답답했던 마음이 이 사건이 전개되어 나가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치유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촛불집회,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조사, 국회의 탄핵 결정, 헌재의 탄핵 재판 등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뭔가 조금씩 진실이 드러나고, 그동안 죽었던 정의가 꿈틀대며 살아나는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농단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몇 년 동안은 하루하루 뉴스를 통해 읽게 되는 세상 되어가는 꼴은 그야말로 암담함과 좌절과 낙심의 연속이었다. 진실이 거짓으로 덮이거나 왜곡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고, 일부 정치인들의 자기들을 뽑아준 국민을 무시하는 안하무인격 행태는 울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더욱 답답한 노릇은 이런 잘못된 행태를 보면서도 여전히 진실을 알려는 의지가 실종된 소위 아스팔트 할배 층이 내 주위에도 많은 현실이다.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가 먹혀든 일부 TV 방송사, 진실 호도와 소위 가짜 뉴스까지 생산해 내는 일부 인터넷 매체 등, 진실과 정의와는 거리가 먼 상황은 기분을 상하게 하고 답답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러던 것이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 점차 그 마각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광장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국회가 촛불 민심에 놀라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정당들이 정신을 차리게 되면서, 세상이 거부할 수 없는 주권자인 국민의 힘에 의해 정의가 살아나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이제 매일 매일 헌재의 탄핵 결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고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정치에 큰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참여정부를 표방한 노무현 씨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지금부터 내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바에 내가 지역적 편견이나 선입견을 품고 있지 않음을 알리기 위해 밝히지만, 나는 출신도 경상도이고, 노무현 씨가 대통령이 될 때 선거에서 그를 찍지도 않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어 보이는 모습을 통해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내 기준으로는 그는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과 서민적인 소통을 하려고 애쓰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노동자의 편에 서고 인권변호사로 불린 경력을 몰랐다 하더라도, ’그처럼 인권을 존중하는 대통령이 있었던가?‘ 생각될 정도로 그가 사회적인 약자의 편에 서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집권 초기에 권위를 내려놓고 평검사들과 언론이 생중계하는 TV 토론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국민과 대화하는 어떤 자리에서든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그냥 읽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편한 친구와 이야기하듯 서민들이 일상에서 쓰는 용어를 썼다. 탈권위적인 대통령의 그런 모습에서 나는 신선한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그에 대한 평가는 혹독했다. 그 당시의 야권과 보수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 성향을 띈 언론까지 그의 그러한 모습조차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 나는 언론을 통제하던 군사정권 때나 권위주의적인 정권 때는 바른 소리 한번 못 하던 야당과 언론의 그런 비판적인 모습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권위와 기득권을 내려놓으려고 애쓰는 대통령에 대한 호된 평가는 정치권이나 언론뿐이 아니었다. 내 주위에서도 내 동기나 직장 선배나 5, 60대의 어떤 사람을 만나도 대부분 대통령을 욕했다. 심지어는 점심때 만나 누군가의 입에서 노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면, ’밥맛 떨어지니까 이야기하지 말라.‘라고 할 정도였다. 권위를 내려놓고 민주적이고 개방된 국정 운영을 위해 국정원장과 독대 보고도 받지 않는다는 그를 왜 그렇게 미워하는지, 나는 그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BBK사건 등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에 대한 기억은 그가 서울시장 때 추진한 청계천 복원사업에 고무되어, 대운하를 계획하였고, 그 대운하사업이 막히자, 이름만 ‘4대강 정비사업으로 바꾸어, 국가 예산 22조 원을 퍼붓는 무리수를 두며 그 사업을 강행하였다. 그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은 녹조로 인한 수질 악화 등 폐해를 더는 견딜 수 없어, 4대강 보를 열어 방류하기로 한 것이 바로 최근의 일이다. 이것 외에도 방산비리, 자원외교 비리 등으로 얼룩졌던 이명박 정권이라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그가 또 한 일은 퇴임한 노 대통령의 비리를 들춰내고 공개 수사하여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인물이기도 하다.

 

나는 지난 대선 때의 국정원 댓글 사건은 이명박 정부가 이런 실정으로 퇴임 후의 후환이 두려운 나머지, 지금 탄핵을 눈앞에 두고 있는, 태어나지 말아야 할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가기 위한 사건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 사건 처리가 조작되고, 덮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도무지 우리나라는 언제쯤 정의와 진실이 바로 서는 날이 올까 하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이명박 정부에 이은 박근혜 정부가 어떠했고, 어떤 비리와 불법이 있었는지는, 현재 진행 중인 가장 최근의 일이고, 국정조사 청문회나 특검의 수사결과와 언론보도를 통해서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박근혜 정권이 어떤 정권인지는, 온 국민이 탄식하며 외친 한마디, “이게 나라냐?‘라는 말에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때는 바야흐로 탄핵이 인용이냐, 기각이냐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시기이고, 특검이 재청구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를 기다리고 있는 때이다. 또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특검의 수사 연장이 이뤄지느냐가 또한 초미의 관심사인 때이다. 그다음으로는 탄핵이 이뤄지고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어 치러질 때, 이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일 것이다. 내가 지금의 정국이 그래도 정의가 살아나고 있다.’라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을 하게 된 건, 촛불 민심을 비롯한 대부분 국민의 생각이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을 경험한 학습효과로 바른 판단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정의가 바로 선다는 것, 참으로 우리 조국을 위해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7.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