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국어 이야기

  • home
  • 게시판
  • 오늘의 국어 이야기

선원 10(한국인 7, 베트남인 3)이 탄 경주시 감포읍 선적 39톤급 어선 ‘391흥진호’(이하 흥진호’)가 동해 대화퇴 어장에서 조업하다가 북한 영해를 침범해 20171021일 북한 경비정에 나포된 사건이 있었다. 타국의 어선이 자국의 영해를 침범한 이유로 나포했을 경우 간단히 조사한 후 이튿날쯤에는 되돌려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계속 배를 억류하고 있으면 상대국 정부에서 항의를 하고 배의 송환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번 흥진호 사건에서 우리 선박이 북한에 피랍돼 있는데도 정부는 북한 측에 항의하거나 송환요구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171027지난 21일 새벽 남측 어선 ‘391흥진호가 조선 동해의 우리 측 수역에 불법 침입했다가 단속됐다. 조사 결과 남측 어선과 선원들이 물고기 잡이를 위해 우리 측 수역을 의도적으로 침범한 것으로 판명됐다.”라 하고, “우리 측은 남측 선원들 모두가 불법 침입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거듭 사죄해 관대히 용서해 줄 것을 요청한 점을 고려해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그들을 배와 함께 돌려보내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북한이 이런 발표를 하기 전까지 정부에서는 우리 어선이 납북된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고, 언론도 이런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20171030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흥진호 나포와 관련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고 알았다.”라고 말한 데 이어 엄현성 해군참모총장도 이같이 주장했다. 하지만 해경은 1031일 흥진호 실종 사실에 대해 ‘1022일 오전 82분에 청와대, 총리실, 국정원, 해양수산부, 해군, 중앙재난상황실 등 관계 기관에 상황을 알렸으며, 1보 등 모두 19회 전파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인접 국가 구조 당국에도 수색 협조 요청을 했고, 조난을 비롯한 다양한 개연성을 열어 두고 관계 기관 간 정보를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흥진호는 20171016일 정오쯤 울릉도 저동항에서 출항해 1020일 오전 1019분에 울릉도 북동쪽으로 339km 떨어진 대화퇴 어장에서 조업한다고 수산업협동조합 중앙회 어업정보통신국에 알려왔다. 조업 중인 어선은 하루 1회 이상 어업정보통신국에 위치 정보를 보고해야 한다. 해경은 1021일 오후 1031분 포항어업정보통신국으로부터 흥진호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고 흥진호를 위치보고 미이행 선박으로 정하고 수색에 들어갔다. 같은 날 오후 1111분에는 이런 내용을 동해 경비를 맡고 있는 해군1함대사령부에 전파했다. 흥진호가 조난, 전복 등 사고뿐만 아니라 나포 당했을 개연성에 대비한 신속한 조치였다.


해경은 이튿날인 1022일 오전 82분에 군의 항공 수색, 통신사 협조 등을 구하기 위해 앞에서 언급한 청와대 등 관계 부처에 추가로 전파하고, 인접 3개국(··)에도 전화와 공문을 통해 흥진호의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함정 20척과 항공기 9대를 투입해, 동해 인근 해상과 영공을 광범위하게 수색했다. 동해 해상을 지나가는 선박에는 흥진호를 발견하면 통보해 달라는 요청도 교통문자방송(NAVTEX)으로 보냈다.


해경이 발표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인 1031일 오후에 정부는 귀환 흥진호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흥진호는 1021일 오전 030분경 한일 공동어로수역인 대화퇴어장 밖 북한 해역 안으로 50마일 가량 들어갔다. 이어 복어잡이 조업을 하다가 북한 경비정 2척을 발견했다. 이에 흥진호는 우리 해역으로 도주하려 했으나 오전 130분쯤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이후 22일 늦은 오후 시간에 원산항으로 예인됐다. 선원들은 22일부터 26일까지 원산항 인근 여관에서 각 방에 2명씩 수용돼 월선 경위 등을 조사받았다. 선원들은 북 해역에 침범해 잘못했다. 송환시켜 주면 다시 침범하지 않겠다. 북 체류기간 처우에 감사하다라는 진술서를 제출했다. 선원들에 대한 가혹 행위는 없었다. 이후 우리 정부는 27일 아침 북한 조사관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원칙에서 보내준다라는 귀환 사실을 통보 받았다. 흥진호는 이날 오전 10시경 원산항에서 출항해, 오후 639분에 NLL을 넘어 우리 해경 경비정에 인계된 뒤 속초항으로 귀환했다. 선원들은 어획물(복어 3.5t)의 부패 방지를 위해 선주에게 어선을 인계할 수 있도록 경북 후포항으로 바로 이동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에 28일 오후 1225분에 후포항에 도착해 선주에게 이를 인계했다. 북한으로부터 받은 물품은 없었다. 애초 지병이 있었던 선원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원 9명의 건강검진 결과는 양호했다. 선장(47), 기관장(50), 갑판장(43), 조리사(52), 일반 선원 3(43, 48, 56) 등 한국인 7명과 베트남 선원 3(262, 411)이었다. 후포항 입항 당시 선원들은 얼굴 노출을 꺼려 본인 소유의 마스크를, 일부 선원은 합동조사단에 마스크를 요청해 착용했다. 조사를 받은 이들 선원 10명은 지난 30일 오후 810분에 전원 귀가했다.> 


앞에 언급한 흥진호 사건을 시간대별로 정리하면 옆의 표 <391흥진호 사건 일지>와 같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나포를 보도한 1027일 오전 630분은, 흥진호 나포 시각 기준으로는 160시간, 해경이 청와대 등 관계 기관에 전파한 시각 기준으로는 129시간 28분이 지난 시간이다.

<391흥진호 사건 일지>

10. 16. 12:00

울릉도 저동항에서 출항

21. 01:30

북측 경비정에 나포

21. 22:31

어업통신국, 해경에 수색요청

22. 08:02

청와대, 해군 등 전파

27. 06:30

북한, 흥진호 나포 보도

27. 18:39

흥진호, 해경 경비정에 인계


우리나라 선박이 해적선이나 적국 선박에 나포를 방지하거나, 나포된 우리 선박을 구출하는 일은 해군의 임무이다. 우리 국민은 아덴 만 여명작전을 기억하고 있다. 20111, 우리 해군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우리 국적 선박 삼호 주얼리호(1만 톤급)’를 아덴 만 해상에서 구출한 작전이었다. 아덴 만 부근에서 해적들이 우리나라 선박을 납치하는 일이 계속되자 우리 해군을 해외에까지 파견해 해적에게 피랍된 선박과 선월들을 구출한 것이다. 이번 흥진호가 조업하던 대화퇴어장 근해는 20108월에도 ‘55대승호(41)’가 북한에 나포됐다가 한 달 만에 송환된 바 있다. 해군과 해경 등이 주시해야할 접적(接敵) 해역이다. 이런 곳에서 어선이 사라졌는데도 군 지휘 계통이 모르고 있었다면 북한 간첩선이 무시로 들락거려도 모를 것이다. 지금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선 한 척의 나포도 몰랐던 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 수가 있겠는가?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상한 것은 이번 흥진호 사건은 세월호 사고 때와는 언론의 보도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선원 10명을 태운 대한민국의 어선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일주일이나 지난 뒤에 풀려났는데도 언론은 의혹 제기는커녕, 사실 보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북한이 신속하게 풀어준 것만을 강조하면서, 남북한의 새로운 화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마치 선원 10명의 목숨은 목숨이 아닌 듯이 취급하는 느낌이 든다. 단 한 명이 실종되더라도 언론은 보도하는 것이 마땅하다. 세월호 사고 때에는 언론이 집요하게 캐물었다. 대통령은 무었을 했나? 그것도 시간대별, 나중에는 1분 단위로 물었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한 보도가 끼친 영향은 말로 다 못할 정도였다. 대통령이 무능하고 무기력하며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지도자라는 것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상한 것은 언론만이 아니다. 세월호 당시 야당이었던 지금의 정부와 여당도 마찬가지다. 선원 10명이 탄 배가 없어졌는데도 이를 발표도 하지 않는 것은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세월호 7시간이 아닌 흥진호 7일 동안에 이 나라 대통령은 무엇을 했을까? 해경은 흥진호 나포 사항을 1022일 오전 82분에 청와대에 보고했다. 우리 어선과 선원 10명이 아직 북한에 나포돼 있었던 1025일 문재인 대통령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시구를 한 다음 김정숙 여사와 치킨을 먹으면서 관전하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혔다. 1026일에는 여수 수산시장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등 관계자들과 푸짐한 생선회로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의 사진이 청와대 누리집에 실려 있다. 그 시간에 흥진호가 피랍돼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랬다면 이 정권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능력이 형편없다고 해야 할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사건이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은 단순하고 가볍게 넘길 어선 억류 사건이 아니라, 안보에 구멍이 뚫려 나라의 근본이 흔들리는 중대한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원 10명이 탄 어선이 일주일간 납북돼 있어도 한 줄도 보도가 나오지 않는 나라! 언론도 정부도 정상이 아니다. 그러자 항간에 이상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묘하게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일어난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 억측을 낳고 있는데, 문제는 그 억측이 그럴듯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흥진호가 복어잡이를 하기 위해 대화퇴어장으로 갔다고 했기 때문이다.


복어는 온열대 어류여서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올라온다. 그 시기가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약 150일이고, 12월에서 1월까지가 가장 많이 잡히는 때이다. 복어잡이 배들은 통상 11월에 제주도에서 조업하기 시작해서 난류를 따라 동북으로 이동하고 12월과 1월이 되면 울릉도 부근을 거쳐 대화퇴까지 올라간다. 만약 10월 중순에 복어를 잡으려면 울릉도 북동쪽이 아니라 남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흥진호는 때 이른 10월에 복어를 잡겠다며 하필이면 복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화퇴어장으로 갔다.


복어잡이는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 물속에 늘어뜨려 잡는 방식이다. 복어는 이빨이 날카로워서 일반적인 낚시 바늘은 물어서 끊어버린다. 그래서 쇠바늘 낚시를 사용한다. km가 되는 줄에 쇠바늘낚시를 매달아 바다로 던져야하는 엄청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어서, 숙련자가 아니면 줄을 던질 때 쇠바늘에 크게 다치기 쉽다. 그래서 복어잡이 배에는 어로 경험이 풍부한 나이 많은 선원들이 대부분이다.


복어잡이는 물속에 내려놓은 낚싯줄을 다시 끌어 올려 낚시에 걸린 복어를 일일이 손으로 떼어 내야한다. km나 되는 낚싯줄을 걷어 올리고 매달린 복어를 때어 내는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 작업을 하는 동안 낚시줄을 끊어버리지 않는 한 다른 장소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가 없다. 이런 특성이 있는 복어잡이 배가 모든 통신장비와 위치 추적 장치를 꺼둔 채로 북한 해역 50마일 안까지 들어가 20시간 동안 머물렀다는 것은 북한 경비정이 와서 나포해 가도록 기다리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래서 흥진호는 복어를 잡으러 간 것이 아니고 그 배에 달러를 싣고 갔다는 설이 나돈다. 유엔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북한의 모든 경제적 지원을 차단하고 있을 때 문재인 정권이 흥진호를 이용해 북한에 퍼주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또 고기잡이를 할 때에 청바지는 아주 불편한 작업복이다. 작업 도중에 물이라도 묻으면 무겁기도 하고 행동도 부자연스럽다. 어선 선원들이 배에서 청바지를 입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억류됐다가 풀려난 선원들은 젊은이들로 북한 공작원이라는 설도 나오게 된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설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의혹을 해소할 만한 정부의 발표가 없다. 10명이 탄 우리 어선이 일주일 간 납북되어도 한 줄 보도가 나오지 않는 나라! 이런 나라의 정부와 언론이 정상인가? 세월호 사고 때와 이번 흥진호 사건에서 한국 언론과 정부·여당의 태도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정부가 진실을 감추고 언론에는 재갈을 물렸다는 의혹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