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국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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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다. 열흘이라는 긴 추석연휴로, 구월 끝자락부터 한글날까지 곳곳에서 이른 가을 정취를 느끼고 있었는데..... 15일 키움글 마감이라는 카톡 안내문에 정신이 번쩍했다. '왜 점점 날짜가 빨라지지?' 조급한 마음으로 독서대위에 기브앤테이크라는 책을 펼쳐 놓았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하던 말이었는데, 이 책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깊고 긴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베푸는 삶, 제 것으로 갖는 것을 좋아하는 삶, 받는 만큼 돌려주는 삶. 세 부류의 삶을 연구하고 분석하여, 본인의 만족에서 출발하지만 타인과 공동체, 나아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저자의 이력이었다. 애덤 그랜트. 1981년생, 펜실베니아 와튼 스쿨 교수. 31살 때 최연소 종신교수로 임용되었고 학생평가 점수가 가장 높은 교수 중 한 명으로, 그의 영향력은 학계를 초월하여 경영 계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저자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겨 인터넷 검색창에 자판을 두드려보았다. 링크 된 웹 사이트를 따라 가 영상을 하나 열어 보았더니 배우 율브린너를 연상시키는 외모의 강연자가 수많은 청강자들 앞에서 강연하는 모습이 따스하고도 열정적으로 느껴졌다.

 

통념에 따르면 커다란 성공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능력, 성취동기, 기회의 세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성공을 거두려면 재능을 타고 나는 것은 물론 열심히 노력해야 하고 기회도 따라 주어야 하는데 애덤 그랜트는 네 번째 요소로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누군가를 만날 때 상대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어 낼 것인지, 아니면 되돌려 받을 것을 생각지 않고 그냥 줄 지의 선택 여부를 결정한다. 개인마다 갖는 호혜원칙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위해, 주고 받는 양의 양극단에 선 사람들을 '기버''테이커'로 칭한다. 테이커는 노력이상의 더 많은 이익을 원하고, 기버는 대가 없이 남을 돕고 자신보다 모두의 유익을 바라며, 매처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자세를 취하는 사람이다. 심리학자 샬롬 슈바르츠는 30년 동안 전세계 다양한 문명권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행동양식을 연구해 본 결과,


   [목록1] , 권력, 쾌락, 성취

   [목록2] 유익함, 책임, 사회적 정의, 동정심


분류한 두 꾸러미에서 테이커는 목록1의 가치들을 선호한 반면, 기버는 목록2를 더 중요하게 여김을 알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 "kissing up, kicking down." 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테이커의 이중성격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이에 비해 "일단 누군가를 만나면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자문해 보라"고 말한 실리콘 밸리의 전설이라 불리는 가이 가와사키는 기버의 전형적인 인물 중 하나였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은 원래 만화가 맷 그레이닝의 작품으로 다른 영화감독과 TV제작자가 발전시켰지만, <심슨가족>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조력자는 작가이며 제작자였던 조지 메이어라고 널리 공감대가 형성되어져 있었다. 이는 메이어가 300개 이상의 심슨가족 에피소드를 만들고도 단 열두 편에만 작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성공을 공유하고 승리를 독차지하지 않는 행위의 놀라운 가치를 발했기 때문이었다. 테이커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로 자기 공로는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다른 사람의 공로는 낮추어 보는 경향이 있는데, 기버들에게는 이런 책임편향과 인식의 공백을 극복하고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인간에게는 타고난 잠재력이 있는데, 이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데도 기버와 테이커 그리고 매처의 대응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테이커는 타인의 의도를 의심하고 경계하면서 타인을 응대하기 때문에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발전하도록 지원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처는 자기 충족적 예언을 더 잘 촉진시키는데, 이들은 호혜원칙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동료와 아랫사람이 큰 잠재력을 보일 때 친절한 태도로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므로 그의 동료나 부하는 더욱 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큰 잠재력이나 뛰어난 재능을 보여 주지 못한 사람을 이끌어줄 기회는 놓치는 함정이 있었다. 하지만 기버는 타인을 신뢰하는 낙관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잠재력이 있다고 보며 아직 가공하지 않은, 남들이 간과한 다이아몬드 원석을 열심히 연마하면서 일련의 자기 충족적 예언에 시동을 거는 것이었다.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데는 지배력과 명망이라는 두 가지 기본적인 방법이 있다. 테이커는 지배력을 얻는 쪽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이 방면에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며 가급적 많은 가치를 얻어 타인을 압도하려 애쓴다. 단호하게 말하고 확신 있는 인상으로 자신감을 드러내며 물리적인 공간을 가능한 많이 차지하며 대화를 통제하려 한다. 그 결과 기버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지배력을 얻는데, 그것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테이커의 강력한 의사소통 방식의 반대 개념은 '힘을 뺀 의사소통'인데 이는 덜 단정적으로 말하고 의문을 많이 드러내며 상대의 조언에 크게 의지하는 기버들의 소통법이다. 권위를 세우려 드는 대신 스스로 자신의 취약점을 드러내고 상대를 높여주며 명망을 쌓게 되는 것이다. 기버들이 많이 사용하는 힘을 뺀 대화방식의 언어, 효과적으로 머뭇거리기 위한 다섯 가지 화법을 보면 망설임의 언어(글쎄, , , 알다시피)와 얼버무림(일종의, , 어머, 어쩌면, 내 생각에는), 권위포기(이건 그렇게 좋은 생각은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부가의문문(그거 재미있군, 안 그래? 또는 좋은 생각이야, 그렇지?), 강조부사(정말로, 대단히, )등이 있는데 이렇게 조심스럽게 말할 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고 존중 받는다.

 

앞에서 테이커는 이기적인 사람, 매처는 받은 대로 돌려주는 사람, 기버는 베푸는 사람으로 요약했는데 그렇다면 이들 중 어느 부류에 성공한 사람의 비중이 클까?. 언뜻 보면 테이커나 매처가 가장 실속 있게 자신의 것을 챙김으로 높은 실적을 쌓아 성공자가 많을 것 같았으나 애덤 그랜트가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반전이 있었다. 물론 실패자의 비율에도 기버가 많았지만 놀랍게도 성공 사다리의 꼭대기에도 기버가 가장 많았던 것이다. 성공사다리의 꼭대기로 쏘아 올리는 전략과 밑바닥으로 가라앉히는 전략은 완전히 다르므로 성공한 기버와 실패한 기버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패한 기버(selfless giver)는 지나치게 베풀기만 하여 자신의 에너지만 소비한 채 생산성과 실적을 유지하지 못하고 뒷전으로 밀려남을 당하게 되었다. 반면 성공한 기버(otherish giver)는 동료보다 이타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데도 적극적이었다. 곧 이타심과 이기심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기버가 성공사다리의 꼭대기를 점유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관대하게 행동하면서도 만만한 사람이 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가? 게임 이론가들이 말하는 '팃 포 탯(tit for tat, 맞대응 혹은 받은 대로 되 갚기)'의 태도는 순수하게 매처의 전략인데 호구를 탈피한 기버가 되려면 상대에 따른 태도 바꾸기를 몸에 익혀야 한다. 이때 늘 베풀기만 하던 기버의 마음에 부대낌이 있다면 조금 더 진보된 형태의 '너그러운 팃포탯(상대의 선행은 절대 잊지 않되 악행은 더러 용서하는 것)' 전략을 활용하여 사기꾼 테이커들로부터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또 기버가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다른 역할 맡아보기도 좋은 방법이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승진을 앞두고 있을 때 동료직원의 멘토가 되었다고 상상해 본다면 스스로를 돕는 효율적인 협상가로서 기버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양보하고 배려하고 주면서도 차원이 다른 성공을 이룬 기버들은 다른 사람을 밀어내지 않고 파이를 키우는 동시에, 모두에게 이로운 방법을 찾아냄으로 이들이 모일 때 전체가 부분의 합계보다 더 커지는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또 매처나 테이커가 조금이라도 이타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면 우리가 깨어있는 시간은 더 큰 성공과 풍부한 의미 그리고 지속적인 영향력으로 가득 채워 질 것이다.

 

애덤 그랜트는 책의 말미에서 성공한 기버의 전략과 습관에 기초한 실천 행동목록 열 가지를 제시하는데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의 기버 지수를 평가하라. 둘째, 호혜의 고리를 실천하라. 셋째, 남들이 자기 일을 더 잘 해내도록 돕거나 스스로 더 많이 베푸는 사람이 돼라. 넷째, 러브 머신을 도입하라. 다섯째, 5분의 친절을 실천하라. 여섯째, 힘을 뺀 의사소통 방식을 연습하고 다른 사람을 대변하라. 일곱째, 기버의 모임에 참여하라. 여덟째, 개인적으로 너그럽게 행동하라. 아홉째,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을 도와라. 열째, 도움을 더 자주 구해라 등이었다. 이 중 몇 가지는 생소한 것도 있고 또 일부는 우리가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적용하고 싶은 것이 바로 여섯째 항목이었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면이 있어 가끔 얼굴 빛과 감정이 상기될 때가 있는데, 그랜트가 제시한 힘을 뺀 의사소통 법으로 바꾼다면 한결 더 부드럽고 효과적인 대안을 기분 좋게 도출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테이커보다, 빛을 발해 조직을 밝게 비추는 태양 같은 기버들이 증가한다면 그 곳이 바로 유토피아가 되지 않을까? 성공하는 기버의 자리로 1센티미터만 마음을 옮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