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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틀렸는지 알면 국어가 재미있어집니다”

등록 :2017-01-12 19:18수정 :2017-01-12 20:14

‘사전쟁이’ 남영신 대표 인터뷰

4년 작업 <바로쓰기 사전> 햇볕
틀린 말 왜 틀렸는지 간명한 설명
까다로운 용언 활용형 설명도 정성

남영신 (사)국어문화운동본부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의 사무실에서 4년 동안 준비해 세상에 내놓은 <보리 국어 바로쓰기 사전>에 대해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남영신 (사)국어문화운동본부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의 사무실에서 4년 동안 준비해 세상에 내놓은 <보리 국어 바로쓰기 사전>에 대해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보리 국어 바로쓰기 사전
남영신 지음/보리·8만원

우리말, 국어만큼 쉽고도 어려운 말이 있을까. 매일 쓰니 쉽게 느껴지지만, 제대로 쓰려면 까다롭기 그지없다. 띄어쓰기는 틀리기 일쑤고, 맞춤법도 헷갈린다. ‘정확하고 우아한 말과 글’은 언제쯤 가능할까 싶다.

<보리 국어 바로쓰기 사전>(이하 <바로쓰기 사전>)은 우리말을 바로 쓰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듯하다. 올림말(표제어)은 3천개 수준이지만, 우리의 말글살이에서 자주 쓰면서도 쉽게 틀리는 말을 골라 담았다. 요즘이야 많은 사전이 나와 있지만, 말글살이의 기본적인 과제라고 할 ‘우리말 바로쓰기’에 집중했고 그만한 성과를 거뒀다. 사전을 지은 남영신(69) 사단법인 국어문화운동본부 대표를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부근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2013년부터 꼬박 4년을 준비해 <바로쓰기 사전>을 세상에 내놨다.

-1천개 가까운 ‘정보상자’가 곳곳에 배치된 게 눈길을 끈다. 보통 두 개의 올림말을 비교하면서 틀린 것은 왜 틀렸는지 설명하는데,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부스스’와 ‘부시시’를 비교하면서, “남한은 ‘으’를 표준으로 삼는다”며 ‘으스스’와 ‘으슬으슬하다’를 같이 보여준다. ‘치르다’와 ‘치루다’를 비교하면서 “‘치루다’라는 말은 없다. 비슷한 잘못은 ‘담그다’와 ‘잠그다’에도 나타난다”고 했다. 사전에서 정보상자만 골라서 읽어도 훌륭한 독서가 될 듯하다.

“사람들이 자주 헛갈리는 이유를 간명하게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비슷하게 틀리는 사례를 같이 짚으면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오랫동안 국어운동을 하면서 쌓아온 자료를 활용했다. 다른 사전보다 더 적절하고 간명한 설명을 만들어 내면, 사전 편찬자로서 뿌듯함이 느껴진다.”

-사실 <바로쓰기 사전>의 가장 큰 특징은 틀린 낱말도 올림말로 올렸다는 점이다.

“실제 말글살이에서 보이는 낱말을 사전에서 찾을 수 있어야, 사전과 가까워진다. 습관적으로 잘못 쓰는 말은 그것이 틀렸는지도 모른 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전에서 궁금한 걸 바로 찾으면 사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틀린 낱말이 왜 틀렸는지 알 수 있으면 국어가 재미있어진다.”

-동사와 형용사의 활용형도 대거 올림말로 올라 있다.

“우리말이 어려운 게 조사와 어미 때문이다. 우리 문법의 거의 전부라 할 만한데, 기존의 사전은 기본형만 나온다. 조사 쪽은 어느 정도 정리가 돼 있지만, 활용형은 워낙 복잡해 틀리는 경우가 더 많다. 동사와 형용사의 경우 어간과 어미의 색을 구분해 변하는 부분을 한눈에 알아보게 했다. 그리고 ‘바꼈다’, ‘알맞는’ 등 자주 틀리는 활용형을 올림말에 올려 왜 잘못인지 이유를 따로 설명했다.”

-부록에는 ‘용언 활용표’가 60쪽 넘는 분량으로 나온다.

“우리말의 용언 활용은 너무나 복잡하다. 너무 방만하게 쓰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어미 사용의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전에는 일단 정리라도 하자는 차원에서, 활용 형태를 규칙·불규칙, 양성·음성 모음, 받침 유무 등에 따라 모두 36가지로 분류해 번호를 매겨가면서 표로 만들어 봤다. 사전에 이런 시도는 처음이다.”

-틀리지 않지만, 헷갈려 잘못 쓰는 말도 올림말이나 정보상자로 설명했다.

“우리 말글살이에선 틀리지는 않지만,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와중’은 상황이 어수선한 경우에만 쓰는데 중립적 의미의 ‘중’과 똑같이 생각해 쓰고 있다. ‘다르다’와 ‘틀리다’, ‘가능성’과 ‘확률’ 등의 차이를 알고 제대로 쓰면 말글살이가 더 정확해질 것이다.”

-오랜 작업의 결실이지만, 아쉬움도 남을 듯하다.

“당연히 넣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빠진 올림말이 더러 있다. 어미 ‘-을’은 들어가 있는데, 조사 ‘을’은 빠져 있다. 책을 펴내고 아차 싶었다.”

남영신 (사)국어문화운동본부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의 사무실에서 4년 동안 준비해 세상에 내놓은 <보리 국어 바로쓰기 사전>에 대해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남영신 (사)국어문화운동본부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의 사무실에서 4년 동안 준비해 세상에 내놓은 <보리 국어 바로쓰기 사전>에 대해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어운동을 평생 펼쳐 오셨다. 어려운 한자와 영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고생이 많았을 듯하다.

“1998년 국어문화운동본부를 만들어 국어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로 사적지나 유원지의 안내판 등을 조사해 고치는 운동을 펼쳤다. 당시엔 ‘경고’라 쓰인 게 많았는데 이를 대부분 수용자인 시민의 입장에서 ‘알림’으로 고치도록 했다. ‘공문서 바르게 쓰기’에선 시민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이상한 표현을 고칠 것을 중앙·지방정부에 촉구했다. 1999년부터는 10년 넘게 ‘국어문장사’라는 이름으로 교정 교열 전문인력을 300여명 양성했다.

-국어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서울대 법대에 1967년 입학하고, 형법을 배우면서 몇 가지 표현에서 크게 애를 먹었다. ‘此限(차한)에 不在(부재)한다’는 말이 자주 나왔는데 사전에도 뜻이 나와 있지 않았다. 쉬운 한자이니 누구한테 묻지도 못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뜻이었다. 형법이란 게, 사회적으로 낮은 사람들이 관련된 법인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법대 국어운동학생회’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앞으로 계획은?

“1987년 <우리말 분류사전>을 펴내는 등 여러 권의 사전을 만들었다. 이번이 네 번째인데, 사전 작업의 마지막이다. 다른 분들이 이어받아 줬으면 한다. 최근엔 호칭의 높임말 거품 현상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몇몇 분들과 고민을 시작했다. ‘사모님’은 스승의 부인을 일컫는 말인데 아무렇게나 쓴다. ‘커피 나오셨어요’라는 표현이 난무한다. 이는 말글살이를 불편하게 하고, 소통에 장벽을 만든다. 어떻게 풀어갈지 지혜를 모으고 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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