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화운동본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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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훈민정음 연구가 김슬옹 박사 일문일답을 (상)에 이어 (하)를 게재한다.

- 박사께서는 박사학위가 두 개나 있어도 20여개 대학에서 40여회 임용에 실패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사연이 있나요?
“일단 훈민정음 전공자를 뽑는 대학이 없습니다. 거기다가 대부분 훈민정음 전공자도 미국인 원어민 교수가 영어 면접으로 뽑지요. 제가 7개 국어(중국어, 러시아어, 에스페란트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일본어)를 했지만 영어 회화에 약하다보니…. 그리고 복수 전공자(훈민정음학, 국어교육학)를 싫어합니다.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것이지요”

훈민정음 언해본 목걸이를 착용한 김슬옹 박사

- 미국인이 훈민정음 전공자를 면접해 뽑는 것도 우습지만 요즘 융합 전공이 대세인데 어찌 그럴 수가 있나요?
“그게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지나치게 학문 폐쇄주의에 갇혀 있지요. 일본은 이미 10세기부터 번역을 통해 거대한 지식을 모국어로 담아 내 지식 실용화의 강국이 되지요. 우리는 반대로 한문으로 번역하여 지식 실용화를 거부했지요. 그걸 깨뜨리라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었는데 지식인들이 조선말까지 그 정신을 거부한 것입니다”


- 훈민정음을 연구한 사연이 궁금합니다
“철도고 1학년(1977) 때 신문에서조차 ‘아기’를 한자 ‘?兒’로 표기하는 걸 보고 한글과 세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는 천자문에도 안 나오는 글자인데 신문에서조차 한글을 무시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학교에서는 한글이 가장 과학적이고 인류 최고 문자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때는 한글이 반포(1446)된 지 500년이 넘은 때 아닙니까?”

-

 본격적으로 언제부터 훈민정음을 연구했나요?
“연세대 국문과에 입학해서 문효근, 김석득 스승님들께 해례본을 배우고  ‘입말투 글말(구어체 문어) 역사 연구’로 학사 논문을 쓰면서였습니다. 일종의 훈민정음 발달사였죠. 연세대 석박사 과정에서는 전산언어학 쪽으로 빠졌고 1997년 수료하였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학위를 제출하지 못하고 6년간 또물또 독서논술 운동을 하면서 들뢰즈 등의 프랑스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 훈민정음 연구는 언제 집대성했나요?

“2003년 상명대 국문과에 편입해 고대국어 중세국어 권위자이신 최기호 교수님께 다시 학문을 배우면서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의 훈민정음 관련 기록 950여 건을 최초로 발굴하여 박사 논문을 쓰면서 다시 훈민정음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례본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제가 20년간 공부한 인류 대석학이라는 소쉬르 촘스키 들뢰즈의 언어사상이 다 들어 있었습니다. 또.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고 해례본 연구에 더 매달리게 된 것입니다”


- 박사님은 철도공무원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진로를 바꾸셨나요?

“공무원의 꿈은 고1 때 한글학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바뀌었습니다. 다만 졸업하고 의무 복무 기간 때문에 9급 공무원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며 2년간 주경야독하여 외솔 최현배 선생의 뜻을 잇고자 연세대 국문과에 가게 된 것입니다.”


- 그래서 지난 해 38회 외솔상을 받으신 거군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쑥스럽습니다. 외솔 최현배 선생처럼 학문과 운동을 겸하다보니 그런 영광이 따랐습니다”

『훈민정음』 언해본 세종대왕 서문의 끝부분

- 한글은 왜 과학적인 문자라고 불리나요?
“한글을 과학적인 문자라고 하는 것은 핵심 제자 원리가 과학적이고 문자를 확장하는 방식이 체계적이기 때문입니다. 15세기에는 기본자가 지금보다 네 자가 더 쓰여 기본자가 28자였는데 이는 상형기본자 8자, 자음자 5자와 모음자 3자를 통해 확장된 것입니다.
그냥 더한 것이 아니라 자음은 획을 더하는 방식으로, 모음은 기본 세 자를 합치는 방식으로 규칙적으로 확장자나 응용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글을 과학의 문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자음은 발음 기관 어딘가에 닿아 나는 소리이므로 발음기관을 본뜨고, 모음은 입술, 혀, 목구멍 등 여러 복합적인 작용으로 나므로 발음기관을 본뜨지 않고 하늘(·), 땅(ㅡ), 사람(ㅣ) 등의 삼재를 상형한 뒤, 이를 합성하여 우리말에 담겨 있는 음양의 기운을 살려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 등의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자음과 모음, 초성자, 중성자, 종성자를 합쳐 만드는 방식도 ‘호하후허’에서 보듯 간결하고 체계적입니다”


- 10월 9일이 한글날입니다. 한글날은 왜 ‘10월 9일’인가요?
“세종은 임금이 된 지 25년째인 47살 때, 1443년 12월(음력)에 훈민정음 창제를 알리고 50살 때인 1446년 9월 상한(음력)에 반포했습니다. 이로부터 4년간 『훈민정음』 보급에 주력한 뒤 1450년에 운명하셨습니다.

그럼 1446년에 실제 훈민정음 반포식을 했을까요? 1446년에 반포했다는 것은 반포식을 열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훈민정음’이란 새 문자를 해설한 책 『訓民正音』을 간행, 출판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상한은 1일부터 10일 사이이므로 정확한 날짜는 모릅니다. 상한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이 오늘날 한글날인 10월 9일입니다.


- 기적의 문자 해설서 『훈민정음』 해례본 간행 571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훈민정음 해례본에 얽힌 몇 가지 궁금증을 질문 드리겠습니다. 우선 『훈민정음』 해례본은 왜 ‘해례본’이라 부르나요?
“『훈민정음』 해례본은 세종대왕을 비롯해 집현전 학사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이개, 이선로, 강희안 등 여덟 명이 함께 지었습니다. 세종대왕이 직접 쓴 부분을 ‘정음편’ 또는 ‘본문’이라 부르고, 신하들이 풀어 쓴 부분을 ‘정음해례편’ 또는 ‘해례편’이라고 부릅니다.

‘정음편’은 세종의 서문과 ‘예의’로, ‘정음해례편’은 ‘정인지 서’와 ‘해례’로 구성됩니다. 세종 서문을 자세히 풀어쓴 것이 ‘정인지 서’이고 ‘예의’ 부분을 자세히 풀어쓴 것이 ‘해례’입니다. ‘해례’는 “제자해, 초성해, 중성해, 종성해, 합자해” 의 다섯 ‘-해’와 용자례의 ‘-례’를 합쳐 이르는 말입니다. 책 제목과 문자 이름이 ‘훈민정음’으로 같다 보니, 책 제목에는 ‘훈민정음’에 흔히 ‘해례본’을 더 보태 ‘훈민정음 해례본’이라 부릅니다"
 
- 해례본은 왜 ‘간송본’이라 부르고 또 ‘상주본’은 무엇인가요?
“『훈민정음』 해례본은 글자를 나무판에 붓으로 쓴 것을 새겨 찍어낸 목판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정교한 활자본이 아닌 목판본으로 찍어낸 것은 빠른 시간에 많은 책을 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세종대왕이 직접 펴낸 초간본은 오랜 세월 알려지지 않다가, 1940년에 경상북도 안동에서 이용준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그 책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사들여 지금은 간송미술관(서울 성북구 소재)에서 소장하고 있어 ‘간송본’이라 부릅니다.

다만 간송미술관이 1938년에 건립된 것이라 낡고 협소해 현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최첨단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한편, 2008년에 경상북도 상주에서 또 다른 원본이 배익기 선생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이 원본을 ‘상주본’이라고 합니다. 상주본은 소유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소장자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 간송본의 앞 두 장 네 쪽이 가짜라고 하는 것은 왜 그렇습니까? 지금 있는 것은 어떻게 보사한 것인지요?
“간송본은 발견 당시 세종이 직접 쓴 네 장 가운데 두 장, 총 네 쪽이 없었습니다. 발견자 이용준 선생이 해례본의 조맹부체에 능해 직접 보사한 것으로 추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복원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부분은 세종실록에 실려 있고 또 정음편만 언해한 이른바 ‘언해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 간송본은 세상에 어떻게 알려지게 되었나요?
“이용준 선생이 앞표지와 두 장을 보사한 보사 원본을 전형필 선생에게 판 뒤 해방 직전 월북하여, 그 어디에도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아 발견 경위와 정확한 보사 과정 등은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 다행히 간송 전형필 선생은 당시 최고의 서지학자였던 송석하 선생을 통해 모사하게 하였고 그것이 훈민정음 최고 전문가였던 홍기문 선생에게 전달되어 그 가치를 드러나게 했습니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우리말글 학자였던 외솔 최현배 선생은 1942년에 출판된 <한글갈>에서 이 책이 세종시대 원본임을 입증했고, 해방 후 조선어학회와 통문관에서 영인본을 펴내 연구와 교육으로 널리 알려지게 했습니다. 2015년에는 간송미술재단이 직접 교보문고와 함께 소장본과 똑같은 복간본을 펴내 그 가치를 더욱 빛나게 했습니다”


- 그 복간본 해제를 박사님이 직접 쓰신 것이로군요? 박사님께서 원본을 최초로 직접 봤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요? 직접 본 느낌은 어떠셨는지요?
“네, 훈민정음 최고 권위자이신 강신항, 정우영 교수님 두 분의 감수와 자문을 받아 썼지요. 2014년 11월에 해제를 쓰기 위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수장고에서 간송미술문화재단 전인건 사무국장(간송 친손) 도움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마치 세종대왕과 간송 전형필 선생을 동시에 뵙는 느낌이었죠”


- 『훈민정음』 언해본은 무엇인가요?
“『훈민정음』 언해본은 『훈민정음』 해례본 가운데 세종대왕이 직접 쓴 서문과 예의 부분을 한글로 번역하여 간행한 것입니다.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자료로는 세조가 펴낸 것으로 정확한 제목은 『세종어제훈민정음(世宗御製訓民正音)』입니다"

- 언해본을 국어사학회에서 복원했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언해본은 1459년 세조 5년에 월인석보라는 불경 책 앞머리에 실려 있는 것인데 이 언해본은 세종 때부터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학계 중론입니다. 그래서 세종 때 것으로 복원해 본 것이죠”

훈민정음 해례본 수강 수료증

- 수강생들 반응은 어떤가요? 혹시 어려워하지는 않던가요?
“반응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왜 이렇게 감동적인 해례본을 학교에서 제대로 안 가르치냐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해례본을 통해 저처럼 세종대왕을 다시 만난 기분이라고 합니다. 또 하나는 해례본 내용이 흥미진진하다고 더 놀랍니다. 물론 어려워 하지요. 어려운 부분도 있구요. 그렇지만 한문을 모르는 사람도 배울 수 있는, 다채롭게 엮은 교재가 있어 그런대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김슬옹 박사는 2014년 독서신문으로부터 ‘독서진흥 대상’을 받았다.  김 박사는 "독서신문 추천으로 받아 더욱 기뻤습니다"며 "바로 세종대왕이 책을 좋아하다 보니 책을 통해 백성들과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싶어해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이니 저도 독서운동을 편 것입니다”라고 담다히 말했다.  / 엄정권 기자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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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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