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화운동본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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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훈민정음 창제과정은 영화처럼 극적입니다. 세종대왕이 비밀리에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2년 6개월만에 해례본이 나오고, 이것이 역사에서 사라졌다 다시 등장하는 과정이 극적입니다. 비밀리에 연구하게 한 것도 극적이고, 15세기에 하층민인 노비 집단이 이 글자를 배울 수 있게 된 것도 기적이고, 해설한 책을 펴낸 것도 기적입니다. 1천만 관객이 아니라 남북한 겨레 7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화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왼손에는 책이 한 권 들려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국보 70호이고 1997년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올해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20돌이다.

훈민정음 연구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는 김슬옹 박사(56, 한글학회 연구위원, 연세대 외래교수)가 이처럼 목청을 높이며 훈민정음 해례본 특강을 하고 있다.

훈민정음 언해본 목걸이를 착용한 김슬옹 박사

지난해 3월부터 2017년 10월 현재까지 훈민정음 해례본 특강을 한글문화연대에서 8주 과정으로 진행 중이다. 한 기 수강생은 평균 10~15명으로 교사와 강사, 조각가, 회사원 등 다양하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도 있다.

수강생들은 “해례본에 엄청나게 많이 중요한 내용이 담긴 걸 미처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육선희 그림책지도 전문가는 “28자만 배우면 누구나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특강을 들어보니 해례본에는 문자에 관한 놀라운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이것이 특별하지는 않아도, 수업에 재미있게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새 문자 훈민정음을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이다. 세종대왕은 비밀리에 연구하여 1443년에 훈민정음 28자를 만들어 신하들에게만 알렸다. 이후 실험과 연구를 거듭한 끝에 1446년 음력 9월 상순에 『훈민정음』 해례본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새 문자 훈민정음과 그것을 만든 원리, 운용 방법을 알렸다. 이 책에는 창제의 취지와 원리, 역사적 의미 등을 비롯하여 문자의 다양한 예시 등이 실려 있다.


김슬옹 박사는“28자를 배움으로써 성리학이든 어떤 학문이든 풀어낼 수 있으니 한문으로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던 양반들은 훈민정음을 무서워했을 것”이라며 “기득권이 사라지므로 한글을 2류 문자로 취급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9월이 다 저물어가는 한 저녁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인근 전통찻집에서 훈민정음 연구가 김슬옹 박사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해례본 ‘용자례’

- 『훈민정음』 해례본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인류 최고의 문자 해설서답게 당대 최고의 철학, 수준 높은 언어학, 문자학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더욱이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지식과 정보를 나누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해례본은 모두 66쪽으로, 이 가운데 8쪽까지는 세종대왕이 직접 저술한 ‘정음편’입니다.


이 정음편의 서문에 ‘유통(流通)’이란 말이 나오는데, 15세기 말(우리말)과 글(한문)이 유통이 안 되니 한문을 아는 이와 모르는 이가 유통(소통)하지 못하고 그래서 모두 유통할 수 있는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 왜 해례본 교육에 몰입하고 계신지요?
“이런 해례본이 우리 학계와 교육계에서 홀대를 받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현재 해례본만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니 전문가가 많이 나올 리 없습니다. 이 책은 다양한 학문이 녹아 있는 융복합서이고 한문본이다 보니 학제적 연구와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쉽지는 않지만요”


-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배워할 가장 중요한 점은

“이 강의를 위해 누구나 쉽게 해례본을 연구하고 배울 수 있게 여러 방식의 교육용 자료를 구성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실 며칠 뒤면 이 자료가 책으로 나옵니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과학의 합리성, 지식과 생각의 자유로운 소통의 평등성 등이 담긴 훈민정음 정신을 함께 새겼으면 합니다"


김슬옹 박사, 훈민정음 해례본 8주 특강 열어 수강생들 문자에 담긴 놀라운 사상에 매료 "28자만 배우면 성리학이든 어떤 학문도 풀어내 양반 계층에선 기득권 잃지 않으려 한글 배척"

해례본 66쪽은 다양한 학문 녹아있는 융복합서'자유로운 의사 소통의 평등성'에 세종의큰 뜻


- 『훈민정음』 해례본은 왜 중요한가요?
“해례본이 중요한 이유를 두 가지로 짚어보겠습니다. 첫째로는 한글 창제 원리가 정확히 기술된 것은 이 책밖에 없습니다. 18세기, 19세기 훈민정음을 연구했거나 언급한 학자들이 꽤 있지만 이들 모두 이 책을 보았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책 수집광이었던 이덕무(1741~1793)조차 이렇게 써 놓았을 정도입니다(관련 자료를 보여준다).

‘훈민정음에 초성(初聲)ㆍ종성(終聲)이 통용되는 8자는 다 고전(古篆)의 형상이다. ㄱ 옛글자의 급(及)자에서 나온 것인데, 물건들이 서로 어울림을 형상한 것이다. ㆍㄴ 익(匿)자에서 나온 것인데, 은(隱)과 같이 읽는다. (...) 세속에 전하기를 ’장헌대왕이 일찍이 변소에서 문살을 배열(排列)하다가 문득 깨닫고 성삼문 등에게 명하여 창제하였다‘한다.<이덕무, 『청장관전서』 54권 양엽기 1, 현대어번역(고전번역원)>

임금은 변소에 가지 않고 변기틀인 ‘매화틀’을 침소에서 이용했음에도 이런 잘못된 제자 원리가 어지럽게 유포된 것은 해례본을 보지 않고 썼기 때문입니다. 이런 오해가 완전히 풀리게 된 사건이 1940년에 『훈민정음』 원본 발견입니다. 왜냐 하면 이 책의 해례 부분, 특히 ‘제자해’에 창제 원리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별’ 글자가 있는 정음해례본(간송본)

- 그 다음에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둘째는 누구나 평등하게 배울 수 있는 문자 보편주의, 문자 민주주의를 담고  있기에 중요합니다. 쉬운 문자, 누구에게나 과학적이고 간결한 문자가 아니고서는 이런 꿈과 이상을 담을 수 없지요“


- 『훈민정음』 해례본의 인류 보편주의를 설명한다면...
“해례본은 하층민을 배려해 새 문자를 만든 세종의 인류 보편의 문자 꿈이 담겨 있어 위대합니다. 훈민정음 창제 동기와 목표, 취지 등이 담긴 세종 서문과 정인지 서를 함께 보면 그 점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려운 한자 때문에 기본적인 소통조차 못하는 하층민을 배려하여 훈민정음을 만들었습니다.

하층민과 더불어 양반을 포함한 모든 백성들이 편안하게 쓸 수 있는, 하루아침에 배우는 쉬운 문자를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람다움을 지향하는 보편주의, 곧 휴머니즘이죠”


- 해외 학자들도 한글을 높게 평가하는데….
“영국의 역사가 존맨은 한글을 ‘인류 문자의 꿈’이라고 했고, 이런 문자를 만든 세종을 기려 일본의 천문학자 와타나베는 자신이 발견한 별 이름을 ‘7365 Sejong’이라 하여 이른바 ‘세종별’이라 지었지요. 놀랍게도 해례본에서 예를 든 훈민정음 마지막 글자는 ‘별’입니다. 누구나 쉬운 문자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나눠 별이 되라는 의미는 아닐까요”


-『훈민정음』 해례본의 융합적 가치는 무엇인지요?
“해례본에는 인류 최고 수준의 학문과 사상이 두루 반영되어 있습니다.  지금 수준으로 보아도 최고의 문자로, 과학에다 천지인 삼재 사상, 자음에는 오행 철학과 음악까지, 모음에는 수리철학까지 적용하여 만고불변의 소리 문자를 굳게 세운 것입니다”


- 해례본에 가치를 매긴다면 얼마나 될까요?
“해례본은 흔히 ‘무가지보’라고 부릅니다. 가격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비싸고 존귀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실제 공정한 값을 따져 대략의 가격을 추정해볼 수는 있는데,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동대문디자인센터에서 전시할 때  그 가격이 매겨진 적이 있습니다”


- 보험사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전시를 위해서는 보험에 들어야 하는데 보험사에서 추정한 돈은 최소 1조원이었습니다. 국제 고가품 사례에 비추어 그렇게 추산한 것인데 세계기록유산인데다가 종이 책으로서의 가치, 인류 최고 문자로서의 가치 등이 고려되었습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1940년에 매입한 가격은 정확한 기록도 없고 증언도 남기지 않았지만, 그 당시 일본돈 만 원, 중개료까지 합치면 만천 원으로 서울 최고 비싼 기와집 열 채 값이었다고 합니다.”

『훈민정음』 해례본 둘째 장 복원본

- 훈민정음 해례본 강의는 어떤 내용으로 진행하는지요.
“매주 두 시간씩 8주간 강의합니다. 첫 주에는 왜 훈민정음 해례본이 일찍 희귀본이 되었는지, 세종은 왜 비밀리에 한글을 창제했는지, 해례본 저술에 참여한 집현전 학사 8명은 왜 실제로는 한글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해례본은 1940년에 왜 기적처럼 발견되고 간송 전형필 선생이 소장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해례본에 얽힌 역사적 맥락을 짚습니다. 모두 영화보다 흥미롭다고 놀랍니다”


- 둘째 주에는 어떻게 이어지나요?
“세종 서문과 정인지 서문을 엮어서 강의합니다. 세종 서문을 자세히 풀어쓴 것이 정인지 서문인데 이 안에는 누구나 쉽게 정보와 지식을 나누라는 세종의 감동적인 휴머니즘 곧 보편적 인문주의가 깔려 있죠. 누구나 28자를 익히면 성리학 같은 학문도 잘 할 수 있고 죄인들이 읽지 못하는 공초문 때문에 당하는 억울함도 막을 수 있다고 하였으니 양반 지식인들이 오히려 훈민정음을 경계하고 무시할 수밖에 없었죠. 3주부터 8주까지는 나머지 제자해, 초성해, 중성해, 종성해, 합자해, 용자례를 나눠 강의합니다. ”


- ‘『훈민정음』 해례본 강의를 들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추가로 강의가 예정돼 있나요?
“마침 10월에 5기 8주 강의가 끝납니다. 『훈민정음 해례본 입체강독본(박이정)』이라는 교재도 10월 초 정식 출간됩니다. 11월부터 6기가 시작됩니다. 제가 세종학과 훈민정음학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세종학교육원을 설립했는데 이곳 알림말을 보시고 신청하시면 됩니다. 전화번호도 창제 연도 1443으로 붙였죠. 사실 페이스북 홍보만으로 대략 열 사람은 모입니다. 8주 강의에 16만원 입니다. 사실 제공 자료만도 엄청나게 많은데 요즘 경제 사정이 어렵다 보니 다들 부담스러워 하는 듯해요” / 엄정권 기자 <계속>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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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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