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국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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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도 연습이 중요하다

정영효

집에서 가까운 곳에 공공 도서관이 있어 그곳을 자주 이용한다. 갈 때마다 여러 사람들이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펼쳐 놓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 무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지 궁금해 주변 사람들을 조용히 훔쳐보고 있다.

학교가 쉬는 날이 아닌데도 수능 과목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 차림의 젊은이는 대입 시험을 준비하는 재수생인 것 같고, 행정학, 행정법 등의 책에 몰두해 있는 사람은 공무원 채용 시험 준비생인 것 같다. 부동산 관련 문제집을 열심히 풀고 있는 주부 차림의 중년 여성은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준비생인 듯하고, 전자사전을 옆에 두고 인터넷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는 이십대 후반의 남성은 늦깎이 취업 준비생인 듯하다. 비즈니스 글쓰기의 기술이란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글쓰기를 공부하고 있는 것 같고, 7번 읽기 공부법이란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공부하는 방법을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 읽는 법을, 말하기 전에 말하는 법을, 글쓰기 전엔 글 쓰는 법을 배우느라 열심이다. 다들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 싶어 긴장과 위안이 동시에 몰려온다.

나도 예전에 공부 방법에 관한 책이나 글은 어지간히 읽었다. 글을 쓴 사람마다 각자 좋은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정작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공부에 왕도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꾸준히 공부해가면서 본인의 성격과 생활 습관에 어울리는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아내야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어려운 말이 있었다. 그 뜻을 교과서에 풀이 되어 있는 대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그냥 외웠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니 교양 국어 책에 실린 논어의 첫머리에 그 문구가 나왔다. 한 친구에게서 학이시습(學而時習)’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그 친구의 설명은 대략 이랬다.

학이시습(學而時習)’에 쓰인 익힐 습 자[]’가 지금은 깃 우 자[]’의 아래에 흰 백 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본래는 자 밑에 날 일 자[]’로 되어 있었단다. 새가 알에서 껍데기를 깨고 세상으로 나오면 처음부터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미 새는 새끼 새에게 매일매일 날개를 움직여 공중으로 나는 연습을 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면 새끼 새는 혼신의 힘을 쏟아 나는 연습을 한다. 처음에는 서툰 날갯짓으로 허공으로 날아오르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이렇게 혼신의 힘을 쏟아 하늘을 나는 기능을 익히는 것이 이라는 것이다. ‘배우고 때로 익힌다는 말은 배운 것[]’은 새끼 새가 날갯짓을 하면서[] 하늘을 나는 것을 매일매일[] 익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번 배운 것은 한두 번의 복습이 아니라 여러 번 복습에 복습을 거듭해야 비로소 깨닫게 되어 기쁨[]을 맞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한때는 글을 잘 쓰고 싶어 각종 글쓰기 책도 꽤나 사들였다. 지금 와서 보니 이 책은 언제 샀는지 기억조차 아물아물한 책도 있고, 당시에는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탐독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책이 많지만, 머릿속에 아직까지 남아 있는 내용은 별로 없다.

1997년쯤인 것으로 기억된다. ‘글쓰기 책글쓰기를 두려워 말라라는 책의 광고를 읽었다. 광고의 내용은 대략 이랬다. ‘이 책은 박동규 교수가 부친 박목월의 가학(家學)을 이어받은 것이면서 동시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체계적 글쓰기 지침서라는 것이었다. 그 책으로 글쓰기에 대한 이론만 충실히 익혀두면, 책의 제목처럼 나도 쓰고 싶은 글은 무슨 글이든지 두려움 없이 척척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책도 읽었다. 저자는 글쓰기는 어디까지나 수공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라고 했다. 이전에 친구가 학이시습(學而時習)’을 설명해 주면서 ()’을 강조하여 복습이 중요함을 말한 것과 같이 글쓰기에서도 이론 공부보다는 ()’연습(練習)’에 더 많은 비중을 두라는 뜻이라고 이해했다. 처음에는 솜씨가 서툴었던 직공이 계속 기능을 익혀 능숙한 기능공이 된다. 글을 쓰는 것도, 이론서에 적혀있는 독창성, 명료성, 정확성, 경제성……등등의 이론을 그저 머리로만 익히지 말고, 기능공이 손으로 기능을 익히는 것과 같이, 손으로 직접 글을 써가면서 연습으로 체득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책에는, ‘타이거 우즈가 골프 치는 법을 몰라서 매일 스윙 연습을 하겠는가? 박지성이 공 차는 법을 몰라서 매일 축구공을 가지고 땀을 흘리겠는가?’ 하면서 타고난 글재주는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연습을 거듭할수록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현대인들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와 글쓰기를 비유했다. 운동 전문가들은 운동과 식이요법, 운동도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해야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만들 수 있다. 즉 한 가지 방법만이 아니라 여러 요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여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하면서, 글쓰기도 글재주 한 가지만 믿고 훈련하지 않으면 얄팍한 어휘 놀이만 할 수 있을 뿐이고, 글쓰기 솜씨도 우리 몸의 근육처럼 꾸준히 연습하고 단련해야 더욱 단단해지고 풍성해진다고 했다.

또 어떤 책은 피아니스트 자망생과 글쓰기를 비유해서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지망생은 세월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른 채 피아노 앞에 앉아서 지문이 닳도록 건반을 두드려야 직업적인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으며, 피아노 실력을 늘리는 다른 방법은 없다. 연습은 모든 형태의 기능을 익히는 기본적이고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면서, 글 쓰는 능력도 이와 다르지 않아 기능을 익히지 않고 재능만으로는 결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자기 생각으로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재능은 20, 기능은 80’ 정도 필요한 것 같다고 하면서, 글은 직접 써 보지 않으면 기능은 결코 한 뼘도 늘지 않는다고 했다. 풍부한 인생 경험, 방대한 독서량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20점짜리 과목에 대한 공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남들이 10점 맞을 때 자기는 20점 맞으면 기쁘긴 하겠지만, 시험공부에도 전략이 필요한 법인데 20점짜리 과목 공부한답시고 80점짜리 공부를 등한시하는 것은 바보 같은 전략이라고 했다. 남들 80점 맞을 때 자기는 50점 맞으면 결국 총점은 자기가 낮다. 비중이 높은 80점짜리 과목에 더 많은 시간을 할당해야 전체 득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설명하는 방법이나 내용은 모두 달라도 결론은 복습, 실습, 연습에 더욱 많은 비중을 둘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말을 잘하고 싶어 말하는 방법에 관한 책도 어지간히 읽었으나 여전히 말을 잘 하기가 어렵고, 글을 잘 쓰고 싶어 각종 글쓰기 책을 탐독했지만 아직까지 이 모양이다. 무엇 무엇을 하는 법을 알려 주는 책마다 저자 나름대로의 좋은 방법을 알려 주고 있지만 독자는 그 내용을 직접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서 익혀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공부에 왕도는 없다는 말을 글쓰기에 적용하면,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이다. 꾸준히 써가면서 본인의 성격과 생활 습관에 어울리는 자신만의 글 쓰는 법을 찾아내야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뜻일 것이었다. 따라서 글쓰기도 연습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