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국어 이야기

  • home
  • 게시판
  • 오늘의 국어 이야기

아파트 층간 소음 풀릴 수 없는 숙제


천장에서 쿵쿵쿵쿵, 쿵쿵쿵쿵, 뛰어다니는 소리가 난다. 아마 윗층에 서너 살짜리 꼬마가 있는 듯싶다. 낮에 가끔씩 나는 소리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지만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쿵쿵 거린다면 속상하다 못해 당장 뛰어 올라가서 항의라도 하고싶은 충동이 인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런 소음문제로 속상해 본 경험이 있을게다. 이런 일로 이웃간에 다툼도 흔히 일어나게 되는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해결할 뾰쪽한 방법이 없다는게 문제다.

경비원 A 씨의 말을 빌려 층간소음 문제로 발생한 몇가지 사례를 살표 본다.

 

1. <나는 발자욱 소리를 크게 낸 일이 없다.>

 

55호 사는 중년 부인이 경비실로 찾아와 불평을 쏟아낸다. 자기 딸이 고3생인데 윗층에서 나는 발자욱 소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경비원 A 씨가 문제의 윗층으로 찾아갔다. 윗층에는 연세 많은, 머리가 배발인 할머니 한 분이 살고 있었다. 얼굴은 뽀얗고 품위가 있어보였다. A 씨가 찾아 온 연유를 설명하자, 할머니의 안색이 일그러 지면서 하는 말이 "애들도 없이 노인 혼자서 사는데 무슨 소리가 난다고 그? 별일도 다많네" 아주 불쾌하다는 표정이다. 듣고보니 할머니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연세가 많고 몸이 불편 하다보니 걸음거리가 좀 이상하긴했다. 할머니는 의식 못 하고 있었지만 불편한 걸음거리가 아래층에서는 신경에 거슬리는 소음으로 들렸던 것이다.

 

2. <아파트에서는 피아노도 못 치나?>

 

50대 중년 남자가 찡그린 얼굴을 하고 경비실로 찾아와서는, 윗층에서 나는 피아노 소리 때문에 괴롭다느 것이다. 야간에 일을하고 집에와서 잠 좀 잘려고 하는데 피아노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으니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민원이 들어왔으면 해결해봐야 하는 것이 경비원 임무라서, A 씨는 피아노 치는집을 찾아가 민원이 들어 왔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 말을 들은 그 집 아줌마는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성난 얼굴로 변하더니 신경질적으로 언성을 높이는 것이다. "아니, 아파트에서는 피아노도 못 치고 살아요? 그것도 밤도 아니고 낮에 잠깐 치는건데 ..." 부이은 애먼 경비원한테 덤벼들 태세다. A 씨는 부인의 기세에 눌려 슬그머니 피할 수 밖에 없었다. 말대꾸라도 한마디 했다가는 큰 시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듣고보면 아줌마 말도 맞다. 자기 딸이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데 집에서 잠깐씩 연습을 한다는 것이다.

 

 

3 <숨 죽이고 살아야 하는 아이들 >

 

경비실 인터폰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어보니 여자의 날카로운 음성이 청신경을 자극한다. 윗층이 너무 시끄럽다고 신경질적이다. A 씨는 문제의 윗층을 찾아갔다. 그 집의 문이 열였을 때 중년 부부가 눈에 띄었다. A 씨는, 너무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왔다고 사실을 말 해 주었다. 이들 부부는 몹시 미안 하다는 표정으로 안절부절을 못 하는 것이다. 애들이 셋 인데, 큰애가 열 한살 짜리 딸이고 그 밑으로 아들 둘 인데 일곱 살, 여덟 살 연년생이란다. 집 주인은 서울에 살고, 자기들은 한 달 전에 세 얻어 이사 왔다고 했다. 애들을 조용히 하라고 단속은 하고 있지만 때로는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아이들은 떠들기도 하면서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정상일텐데 안 됐다는 생각을 하면서 A 씨는 경비실로 돌아왔다. 뒤 이어 그들 부부는 아이들 셋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이 측은해 보였다. 아파트는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 주택이기 때문에 층간소음 문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첫 번째 사례의 할머니 처럼 자신은 전혀 모르고 있는데, 아래층에서는 소음으로 괴로워 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남에게 불편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으로 조금은 긴장하면서 살아야하고, 웬만한 불편은 너그럽게 감수하면서 산다면, 이웃간에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만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