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국어 이야기

  • home
  • 게시판
  • 오늘의 국어 이야기

안타까운 해양사고가 또 발생했다. 2017123일 아침 62분쯤 인천 옹진군 영흥도 영흥대교 인근 바다에서 22명이 탄 낚싯배 선창1(9.77)가 급유선 명진15(336)에 받혀 전복되면서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의 규모와 성격은 다를지라도 해양사고라는 점에서 여러 모로 세월호 사고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사고 당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동선(動線)과 지시 사항을 공개했다. 국민이 의심을 품지 않고 언론은 추측성 보도를 하지 않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말도 전했다. 그 다음 날에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 제안으로 참석자 전원이 얼어나서 낚싯배 전복 사고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올리는 모습은 영상·사진으로 공개했다.

사고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간은 이번 사고는 사고 후 56, 세월호는 72분 뒤였다. 해경 구조선은 각각 37, 42분 뒤, 수중 구조 요원은 각각 78, 160분 뒤에 도착했다. 청와대 보고 시간과 해경 선박·구조 요원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세월호 때보다 이번이 빨랐다. 해경뿐 아니라 해군 함정과 헬기, 해군 특수부대가 총동원됐지만 15명 사망이라는 희생은 막지 못했다. 단순 비교하면 구조 비율(31.8%)은 세월호 때(36.1%, 476명 중 172)보다 더 낫다. 대통령이 나서도 안 되는 일은 안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세월호 사고 때 그랬던 것처럼 아무리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 어쩔 수 없었던 일을 어쩔 수 있었던 것처럼 만들어 누군가에게 책임을 씌우는 것은 정치적 공격일 뿐이다.


사고란 곳곳에서 늘 일어나게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크고 작은 각종 사고가 곳곳에서 있었다. 그런데 청와대는 유독 해양사고에는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느 언론은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자 세월호 현장에 가서 고맙다고 썼다.”라고 보도했다. 세월호 사고를 둘러싸고 벌어진 온갖 정치적 논란과 괴담이 새 정부 출범의 원동력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이 연상된다. 이번 낚싯배 사고가 문재인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과잉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2017127일 국회 농해위에서 한 여당 의원은 세월호 사고에 대해 과거 정부를 탓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 면죄부를 주기보다는 이번 낚싯배 사고에서 대통령의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말로 들린다. 사람이 물속에서 3분이 지나면 호흡정지로 뇌에 산소 공급이 정지돼 신체 기능이 정지된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구명장비를 챙기지 못한 채 물에 빠진 사람은 구조대가 아무리 빨리 도착하더라도 목숨을 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해양사고는 사고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재발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말만 요란했을 뿐이고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에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세월호 사고를 거울삼아 몇 가지만 보완했더라면 이번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말로만 해상 안전을 강조했을 뿐 실천하지 않은 점에 있어서는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사고 해역은 해상교통관제센터(VTS: Vessel Traffic Service)의 공백 구간이다. 인천 영흥도 진두항 남서방 1마일(1.6km) 해상은 인근 인천VTS’평택VTS’의 중간에 놓인 사각지대이다. 이 해역은 인천VTS’에서 6.1km, ‘평택VTS’에서 약 4.2km 떨어진 지점이지만 두 VTS에서 탐지가 되지 않는 곳이다. 인천VTS 관할 구역에는 총 8, 평택VTS 관할 구역에는 2개 레이더사이트가 있다. 하지만 사고 해역인 영흥 수로 약 10km 구간은 두 VTS의 레이더사이트가 없는 곳으로 이 구간으로 선박이 지날 때 관제의 공백이 생긴다. 섬과 섬 사이를 탐지할 수 있는 영상탐지 장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에 장비를 설치했더라면 이번 사고는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배는 오전 642분에 도착한 해경 영흥파출소 고속단정이었다. 출동 명령을 받은 시각은 오전 66분이고 진두항을 출발한 시각은 626분이었다. 일분일초가 다급한 상황에서 출동 명령을 받은 20분 뒤에서야 출발했고, 낚싯배로 가도 5분여 만에 도착하는 거리를 고속 단정이 16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출동이 늦어진 이유는 해경 전용 계류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구나 포구에 배를 정박시켜 놓을 때는 밀물과 썰물 때 쓸려가지 않도록 배끼리 서로 밧줄로 묶어 놓는다. 해경 영흥파출소에는 해경 계류장이 따로 없어 함께 묶여 있던 7척의 어선에서 줄을 풀었다가 다시 묶어 두고 출동하느라고 금쪽같은 20분을 허비하고 말았다. 바닷길 1.85km를 고속단정으로 가는데 16분이 걸린 것은 야간 구조에 필수품인 조명 장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사고가 발생한 지 40분이 넘어서야 도착한 고속 단정에는 꼭 필요한 구조대가 없어 구조대가 올 때까지 1시간 23분 동안을 기다려야만 했다는 것이다.


해양사고가 났을 때 초기 대응의 최일선에 있는 해경파출소는 전국에 95곳이 있다. 이 가운데 구조보트 전용 계류장이 있는 곳은 23곳에 불과하고, 72곳은 민간이나 지자체의 계류장을 빌려 쓰고 있다고 한다. 72의 파출소에서 관할하는 해역에서 해양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이번과 같은 늑장 출동으로 국민이 귀중한 생명을 잃을지도 모른다.


해경은 사고 발생(062) 직후 신고를 받고(0605) 오전 613분에 평택 구조대와 인천 구조대에 출동 명령을 내렸다. 구조대에 특수 훈련을 받은 잠수 요원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 구조대는 오전 733분에야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고속보트가 2대 있지만 야간 항해가 가능한 보트는 고장으로 수리하는 중이었고, 1대는 야간 항해가 불가능한 구형이었다. 당시 해가 뜨기 전이라 구형 보트로는 출동할 수 없어 52km의 육상으로 돌아 진두항까지 와서 다시 어선을 얻어 타고 사고 해역으로 갔다. 고속보트를 탔다면 1시간 안에 도착했을 것을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 일 년 내내 하루 24시간 출동 태세를 유지해야할 구조선이 고장이 나고 야간 항해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레이더가 없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 우리나라에 레이더가 없는 배도 있는가. 더욱이 전천후 수난 구조에 나서야 하는 해경 구조선에 아직 레이더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은 비난의 차원을 넘어선다.


평택 구조대는 오전 717, 인천 구조대는 오전 733분에 도착했지만, 구조는 똑같이 736분쯤에 시작했다. 에어포켓에 있던 생존자 3명을 구조 완료한 시각은 오전 848분이었다. 사고가 일어난 지 2시간 46, 구조 시작한 지 72분 만이다. 해경은 뒤집혀진 낚싯배 에어포켓에 갇혀있던 생존자 심 모씨와 오전 611분부터 11차례에 걸쳐 통화를 했다. 심 씨는 오전 632분에는 우리는 선수 쪽 조타실 아래 선실에 있다.”라고 알리면서 앱을 이용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사진을 찍어 위치를 해경에 문자로 전송까지 해 줬다. 하지만 해경은 거기가 어디냐라고 되물으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더욱이 잠수요원들은 구조를 시작하면서 생존자가 있는 선수가 아닌 선미부터 조사를 했다. 두 팀이기 때문에 선수와 선미 양쪽으로 동시 진입할 수 있었지만 선미 쪽으로 함께 들어간 것이다.


에어포켓은 선박이 갑자기 전복될 때 선실 안에 있던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을 때 생기는 공간이다. 에어포켓 안에서 사람이 호흡을 하거나 말을 하면 산소가 점점 줄어든다. 보통 사람이 1분에 20리터의 공기를 소모하는데, 운동을 하거나 자꾸 말을 하면 30~40리터가 소모된다. 산소량이 16% 이하로 줄면 저산소증이 와서 머리가 아프고 맥박이 증가하며 집중력도 떨어진다. 점점 줄어들면 목숨을 잃게 된다. 목숨을 잃은 사람 중에 11명은 다른 선실에서 발견됐다. 구조대가 일찍 도착했더라면 이 선실에도 에어포켓이 형성돼 있어 이들도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월호 참사의 발생 원인을 밝히고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한시적 특별법을 만들었다. 이 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었을 때 당시 여당 하 모 의원이 이 법률안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당시 야당(지금 문 대통령 소속 정당)의 정 모 의원은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 본인에게 있습니다.”, “위헌적 요소를 말하지 마십시오. 가장 큰 위헌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 이것이 가장 큰 위헌적 행동입니다.”라고 하면서 사고의 책임을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국가에 돌리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리고 3년여 동안 문 대통령과 지금의 여당은 세월호 7시간을 들먹이면서 전직 대통령이 무능하고 부도덕했음을 국민에 각인시켰다. 그랬다면 집권 이후 지체 없이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사고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그랬더라면 이번 사고는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니면 적어도 해경이 골든타임 안에 현장에 도착해 인명을 구조해 국민의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여당과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쟁점으로만 삼아 세월호 사고에 대해 전직 대통령의 책임만 강조했을 뿐 해상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 책임이라고 여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 말은 이번 사고가 대통령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는 말로 들릴 수도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아직 해상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라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더라면 더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2, 3의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상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