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화운동본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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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오후 중구 문화의 거리 ‘가다갤러리’에 내로라하는 한글 전문가 다수가 모처럼 자리를 같이했다. 남영신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장,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전인건 간송(澗松)미술문화재단 사무국장, 김슬옹 연세대 교수, 이상규 경북대 교수, 최기호 전 몽골 울란바트르대 총장, 문관효 한글서예가, 이대로 한글 사용성평가위원장, 성낙수 외솔회장에다 김영복 KBS 진품명품 감정위원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불러들인 것은 울산시가 주최하고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과 외솔회가 주관한 한글문화예술제 전국학술대회였다. 학술대회의 주제는 <인류 최고 문화재 ‘훈민정음’ 해례본 다시보다>.

마치기까지 장장 5시간이 넘게 흘렀지만 40여 석 자리가 비워지는 일은 없었다. 뜨거운 학술적 열기가 그들을 주저앉힌 탓이다. 울주군 출신 강길부 국회의원은 끝까지 자리를 지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대회의 절정은 ‘종합토론’이 장식했다.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을 ‘특호’ 또는 ‘국보 제1호’ 자리에 앉혀야 한다는 제안, 훈민정음 해례본 ‘안동본’(간송미술관 소장)과 ‘상주본’에 얽힌 이야기,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것은 사실(史實)이지만 반포했다는 것은 허구(虛構)라는 주장, 국·한문 섞어 쓰기에 대한 의견, 우리 지명이 한자어로 바뀌는 통에 6·25전쟁 당시 미 8군사령부가 오폭까지 했다는 이야기들이 종합토론 시간대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립지리원 조사과장을 지내고 ‘울산지명사’를 펴낸 바도 있는 강길부 의원의 전언은 놀라운 말로 그득했다. 지명에 얽힌 그의 회고담을 잠시 들어보자. “우리 한글 표기 지명이 한자어로 바뀐 지 얼마 안 돼서 일어난 6·25 전쟁 때의 실화입니다. 미 8군사령부가 ‘평안북도 정주’를 폭격해야 하는데 영어 표기 지명만 믿었다가 그만 ‘충북 청주’를 오폭하는 일이 벌어졌지요. 미군 당국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고 작전이 너무 힘들었다면서 전쟁이 끝난 뒤 우리 국방부에 지명을 알아먹을 수 있게 바꿔 달라고 공식 요청한 적도 있었답니다.”

강 의원은 외솔 최현배 선생이 국회의원직에 도전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최현배 선생이 왜 국회의원에 출마했겠습니까? 한글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 때문이 아니었겠습니까? 그때 울산시민들이 제대로 판단해서 그분을 국회의원에 당선시켰더라면 지금은 엄청나게 달라져 있었을 겁니다.” 강 의원은 15일 필자의 보충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제2대 민의원’에 출마한 ‘최현배 후보’에 대한 비화(秘話)를 아는 대로 건네주었다.

“‘한글이 목숨’이라고까지 했던 최현배 선생은 미 군정청과 대한민국 문교부에서 두 차례나 편수국장을 지내면서 ‘권력의 힘’을 너무도 잘 알게 된 게 분명합니다. 민의원이 되겠다고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을 겁니다. 낙선한 뒤로는 화병이 도졌을 것이고, 자연스레 선생이 공들여 만들어낸 ‘움직씨(=동사)’ ‘매김씨(=관형사) ‘어찌씨(=부사)’ 같은 아름다운 낱말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경북대 이상규 교수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며 한글학회의 권위를 향해 날을 세웠다. “한글날은 한글을 찬양하기 위해 ‘가갸날’을 기념일로 만든 것이지 한글 반포와는 무관합니다. 틀린 건 틀렸다고 여기고 가야하는데, 훈민정음을 둘러싼 오류가 너무도 많습니다. 한글학회에서 나를 비판할지 모르지만 반포에 대한 증거가 있으면 갖고 와 보십시오. … 한문파(漢文派)들이 ‘아, 꼬시다’ 할 겁니다. … 역사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이날 학술대회장에는 한글 창제 반대 상소문을 올린 집현전 학자 최만리의 직손(直孫)이라는 ‘해주 최씨’도 나와 토론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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