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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혁명'·'훈민정음 해례본 입체강독본' 펴낸 김슬옹 박사

국립한글박물관의 훈민정음 영상 전시물.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5세기 훈민정음 창제는 문자 생활을 송두리째 바꾼 혁명이었습니다. 한글은 자연스러운 문자 발달사와 궤를 같이하지 않고 느닷없이 나타났습니다. 실로 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글학회 연구위원으로 지난 2015년 훈민정음 해례본 복간을 주도한 김슬옹 박사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글은 인류가 꿈꾸는 문자의 이상을 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글을 주제로 다양한 논문과 교양서를 쓴 김 박사는 한글날과 훈민정음 해례본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20주년을 맞아 '한글 혁명'(살림터 펴냄)과 '훈민정음 해례본 입체강독본'(박이정 펴냄)을 출간했다. 그는 '한글 혁명'에서 한글 창제를 혁명으로 볼 수밖에 없는 여러 이유를 설명했다.

김 박사는 "한글은 사람의 말소리뿐만 아니라 온갖 자연의 소리를 가장 정확하게 적을 수 있는 문자"라고 평가하면서 "이는 인류가 고안한 유구한 문자인 알파벳과 한자는 갖지 못한 미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글의 또 다른 특징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기 쉽다는 점을 들었다.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우리 민족은 이중 언어생활을 했다. 말로는 "난 책을 좋아해"라고 하면서도 글로는 '我好冊'(난-좋아해-책을)이라고 기록했다.

김 박사는 "조선시대에는 사대부도 고전을 자유롭게 읽고 쓰려면 10년은 공부해야 했다"며 "한자는 양반의 전유물이자 특권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글을 제외하면 지구상 어떤 문자도 소외층이나 하층민을 배려해 만든 경우는 없었다"며 "세종은 양반이 독점하던 지식과 정보를 백성이 배우고 나눌 수 있게 했다"고 역설했다.

문자와 언어의 일치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예컨대 조선시대 양반은 '뒤죽박죽'을 '錯綜'(착종)이라고 썼다. 김 박사는 "18세기 한문 실력이 최고였던 정조 임금도 한문 편지에서 '뒤죽박죽'만 한글로 적었다"며 "감정과 느낌을 비로소 소상히 글로 남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도 한글 창제는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김슬옹 박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면서 그는 한글을 세종과 집현전 학사들이 함께 만들었다는 견해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한글은 세종이 단독 창제한 것이고, 그것을 해설한 책은 관료들과 집필했다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 의견"이라며 "한자가 양반 기득권의 상징이었던 시절에 문자 창제를 공개적으로 진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글을 세종의 독자적 발명품으로 봐야 하는 근거로 조선왕조실록에 한글 창제에 관한 기록이 1443년 12월 30일에 갑자기 나온다는 점과 훈민정음 해례본 정인지 서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 스물여덟 자를 창제하여"라는 구절을 제시했다.

김 박사는 "집현전 협찬설은 문자 창제를 혼자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추측과 영웅주의를 비판하는 민중사관으로 인해 제기됐다"며 "훈민정음 해례본 집필에 참여한 신하들조차 한글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글은 디지털 시대에 잘 어울리는 문자입니다. 글자와 소리가 규칙적으로 대응하고, 글자의 짜임새가 체계적입니다. 이러한 한글의 가치와 우수성을 계속해서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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