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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스크린도어에는 8일 국적불명의 문구를 담은 광고가 자리 잡고 있었다. ‘견고한 메탈과 글래스, 손에 감기는 그립감….’ 이 문장 뒤로 대기업의 스마트폰이 반짝거렸다.


‘댄디가이의 프라이드 완성시켜줄 클래시한…’ 이게 무슨 말???… 한글날, 세종대왕의 한숨 기사의 사진

8일 서울 명동거리의 간판들이 외국어로 도배돼 있다시피 하다. 한글 간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김태형 선임기자



지하철 객차 안 광고판도 비슷했다. 신형 자동차를 선전하는 광고에는 ‘댄디가이의 프라이드를 완성시켜줄 클래시하면서도 샤이니한 잇 아이템’이란 글귀가 박혀 있다. 직장인 김모(45)씨는 “풀어보면 ‘멋쟁이 남자의 자존심을 완성시켜주는, 세련되고 빛나는, 갖고 싶은 자동차’ 정도일 텐데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가. 글로벌 시대라지만 너무하다”고 했다. 

도시에서 한글이 사라지고 있다. 거리 간판이나 온라인·잡지 광고 등에 ‘한글 아닌 한글’이 넘쳐난다. ‘글로벌 탑 전력회사의 스마트 그린 유토피아 구현’ 같은 암호문이 즐비하다. 외래어에 한글 조사가 붙은 어색한 문장, 출처를 알 수 없는 신조어와 혼용어가 즐비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글 실종’은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서울 마포나 강남, 이태원 등에서 더 심각하다. 물론 상인들도 할 말은 있다. 새롭고, 눈에 띄고, 차별된 느낌을 주기 위해 외래어와 혼용어를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가로수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주모(38)씨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려고 외래어를 조합해 가게 이름을 지었다”며 “이름이 특별해 기억에 남는다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김진희 한남대 교양융복합대학 교수가 최근 발표한 ‘간판 상호 언어의 실태에 대한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시 대학가의 상점 간판 608개 가운데 우리 고유어를 쓴 것은 11.8%(72개)에 불과했다. 33.6%(204개)는 외래어, 31.6%(192개)는 혼용어, 23.0%(140개)는 한자어였다.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서울 명동과 동대문 일대에선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날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에 들어서자 ‘페이스 버터’ ‘인텐스 커버’ ‘풋 토탈 트리트먼트’라고 소개된 제품을 팔고 있었다. 한국어로 이렇게 표기하고, 그 밑에 같은 뜻의 중국어와 일본어를 적었다. 한글로 썼지만 이해할 수 없는 단어투성이다. 

주부 홍모(57·여)씨는 “이곳에 오면 중국어나 일본어가 훨씬 더 눈에 띈다”며 “외국인도 자기네 나라와 다름없는 한국의 모습을 기대하고 여행 오는 것은 아닐 텐데 아쉽다”고 했다.

아예 외국어로만 된 간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울 합정동의 한 대형 음식점 건물은 일본어 간판으로 도배돼 있다. 대학생 백모(25·여)씨는 “어느 나라에 와 있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라며 “여행 온 기분이 들어 나쁘지 않지만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망가진 언어문화가 사회 전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공동체가 하나의 언어를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큰 행복”이라며 “사회 전체가 힘을 합쳐 한글을 바르게 사용하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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