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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시민운동가’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외래어 남발 公的 언어는 인권침해”         



공문서·언론 등 사용 최대한 배제해야
국민들이 말과 글 제대로 이해 못하면
직·간접적으로 손해보는 일 생겨



영어, 한자 교육 모두 중요합니다. 개인들이 말할 때 외래어를 섞어 쓰는 건 표현의 자유니 뭐라 할 수 없죠… 다만, 국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공적(公的) 언어에 외국어ㆍ외래어가 범람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예요.”

이건범(50·사진)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단지 ‘한글 사랑’만 목소리 높이는 고리타분한 시민운동가가 아니었다. 그는 적어도 정치인과 공무원, 언론 등 공공성을 띤 언어에선 외국어ㆍ외래어를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한문 혼용 시절처럼 말과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손해를 보는 국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문화연대가 매년 실시하는 분석에 따르면 올해 국가 기관의 보도자료 1건에는 한자나 영어 등 외국 문자를 그대로 쓰는 국어기본법 위반 행위가 평균 4회씩 나타났다. 외국어를 읽어 한글로만 표기한 것은 보도자료 1건에서 평균 7회 넘게 등장했다.

이 대표는 “한자어 표현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영어가 그 자리를 대신해 올라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평범한’ 국민들이 정부의 보도자료나 발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은 한글 단체를 이끄는 시민운동가지만 그의 과거는 상당히 극적이고 또 굴곡진 삶이었다.

이 대표는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 시절 전두환ㆍ노태우 정권 하에서 학생운동을 하다 두 번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 한 번은 실형 선고를 받고 2년이 넘는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다.

출소 후 이 대표는 서른의 나이에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벤처 기업을 설립, 한때 연매출 100억원에 직원 120명을 둘 만큼 성공한 사업가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도덕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을 꿈꾸며 정보통신부장관상을 두 차례 받는 등 승승장구하던 그지만 지나친 욕심이 화가 돼 회사는 12년만에 문을 닫았다. 그 사이 좋지 않던 시력은 더 악화돼 1급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고, 이 대표는 시민운동에 뛰어 들었다.

왜 ‘한글’ 단체일까. 학생운동으로 옥살이를 하던 시절 같은 방 수감자들과 생활하며 ‘쉬운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던 계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당시 판결문이 국한문 혼용이었는데, 상당수 수감자들은 자신이 어떤 죄로 기소가 되고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도 정확히 이해하질 못했어요. 저도 국어사전과 법전을 찾아가며 그들을 대신해 탄원서항소이유서 등을 써 주면서 언어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습니다.”

이 대표는 과거 1960~1970년대 한자 투성이 공문서가, 지금은 다시 영어 투성이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까닭은 백성들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걸 불쌍히 여겨서죠. 자기 할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 만큼 답답한 게 없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국가의 정책을 국민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받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언어’는 곧 ‘인권’이 됩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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