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관련 기사

  • home
  • 게시판
  • 국어 관련 기사

비문 탈출법

2015.09.30 18:35

관리자 조회 수:6320

  여러 번 강조하지만, 비문은 욕심 때문에 생긴다. 한 문장에 여러 가지 내용을 쑤셔 넣으려다 보니 주술 관계가 흐트러지고 문법도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느긋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 해결책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한 문장에 한 가지 정보만 넣는 것이다. 방법은, 문장을 짧게 끊어 주는 것. 이것 외에 글을 잘 쓰는 방법은 거의 없다, 고 할 수 있다. 좋은 문장, 아름다운 문장, 남의 가슴을 울리는 문장을 쓰려면, 가장 먼저 비문이 아니어야 하니, 결국, 짧게 쓰는 것이 진리인 셈. 실제로 보자.
 
'화장은 할 때보다 지울 때가 중요하다는 광고처럼 대출도 마찬가지다. 대출도 받을 때보다 갚아 나갈 때가 중요하다.'
 
이러면 첫 문장은 '화장처럼, 대출도 할 때보다 지울 때가 중요하다'가 돼 버린다. 척 봐도 두 가지 이야기를 하려는 욕심 때문에 글이 꼬인 것을 알 수 있다. 문장을 잘라 보자. 너무나 간단하게 비문도 해소되고 뜻도 잘 전달된다.(→화장은 할 때보다 지울 때가 중요하다는 광고가 있다. 대출도 마찬가지다. 대출도 받을 때보다….)
 
'2013년 8월 적광 스님이 조계사 앞에서 조계종 내부 비리를 폭로하려는 기자회견을 하려다 호법부 승려와 직원들이 총무원 지하실로 끌고 가서 집단폭행했다.'
 
역시 두 가지 정보를 한 문장에 담으려는 통에 나온 비문이다. 마찬가지로, 잘라 보자.(→2013년 8월 적광 스님이 조계사 앞에서 조계종 내부 비리를 폭로하려는 기자회견을 하려 했다. 그러자 호법부 승려와….)
 
물론 '하려다'를 '하려고 하자'로 고쳐 한 문장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이 길어서 좋을 건 별로 없다. 문장이 길어질수록 주술 관계가 얽히고 꼬여서 읽는 사람을 힘들게 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 하나, 자신이 없으면 절대로 짧게 쓸 수 없다. 즉, 문장이 길어진다는 건 자신이 없다는 말이기도 한 것. 그러니 왜, 일부러 그렇게 보이는 글을 쓰겠는가.

'경찰서장이 새로 부임하면, 관사와 집무실의 도배와 장판을 아예 새로 한단다. 서장은 대략 1년에 한 번 바뀌니, 도배와 장판이 연례행사인 셈이다.' 

'새로 하다'에 걸리는 목적어가 '도배'와 '장판'인데, 둘은 동등한 관계가 아니어서 문제가 된다. 장판은 그냥 장판일 뿐이지만, 도배는 '종이로 벽이나 반자, 장지 따위를 바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물건을 가리키고, 하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 이러니, 한 가지 서술어를 쓰면 어색해진다. '도배-장판'을 '벽지-장판'으로 바꾸면 급한 대로 말이 통하겠지만, 더 정확하게는 이렇게 고치는 것이 좋겠다.(→경찰서장이 새로 부임하면, 관사와 집무실의 도배를 하고 장판을 새로 깐단다. 서장은 대략 1년에 한 번 바뀌니, 도배와 장판 갈기가 연례행사인 셈이다.) 

이 정도면, '느긋해지기'와 '욕심 버리기'가 해결책임을 쉽게 알 수 있을 터. 글을 잘 쓰는 일이나 잘 살아가는 일이나 원리는 다를 게 없는 것이다.



부산일보 이진원 교열팀장/ jinwoni@busan.com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19 '존나'는 무슨 뜻? 뜻도 모르고 쓰는 욕설, 어원 알게 되면… 2015.11.18 5453
218 '허접스럽다' 신 표준어 등록, 미쁘다 뜻은? 2015.11.18 6274
217 메신저감옥·출근충…직장인 고충 담은 '웃픈' 2015.11.18 6171
216 번역에만 60여년… 국왕의 한숨까지 기록한 日記 2015.11.18 5304
215 한국어의 품격 있는 사용<풍향계> 2015.11.16 5087
214 증도가자 이르면 11월말 모두 검증… ‘가짜’ 못밝힌 기관에 맡겨 2015.11.16 5268
213 우리 말 소통에도 번역이 필요하다 2015.11.16 5428
212 수험생 대상의 문화행사 개최 2015.11.13 5414
211 친구들과 약속하는 바른말고운말, 화성 삼괴중 등굣길 핫초코나눔 ‘달달’ 2015.11.13 6249
210 [수능]수험생들 "국어가 제일 어려웠다"…비문학·화법·작문에서 애먹어 2015.11.13 5488
209 ‘마리텔’ 자막에서 인터넷 용어 사라져… 'ㅋㅋㅋ', 'ㅎㅎㅎ' 모두 순화 2015.11.11 6636
208 [수요프리즘] 광복 70년, 우리말은 광복되었는가 2015.11.11 5655
207 “몽리면적 대신 ‘물 댈 면적’ 어때요” 전남, 순우리말 농업용어 사용 운동 2015.11.11 5529
206 [포천시]국립수목원 국제명명규약 한글번역판 내년 첫 출판 2015.11.11 5131
205 [국립국어원 '10월의 다듬은 말' 선정 ]'섬네일→마중그림', '페이백'은 어떻게 다듬을까 2015.11.11 5466
204 [발언대]왜 우린 아직도 일본말을 버리지 못하는가? 2015.11.11 5483
203 ‘마이 리틀 텔레비전’ 속 인터넷 용어, 소통일까 언어파괴일까? 2015.11.10 6316
202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청소년 은어들 2015.11.09 5412
201 그린 에이프런·로고 코스터... 이런 말 굳이 써야 하나 2015.11.09 5557
200 '야 이 개XX야' 오명 벗은 강아지?…욕의 어원 논란 2015.11.06 7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