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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기고문


교육부가 틀렸다

 

교육부가 일부 한자 숭배 단체의 꼬드김에 넘어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곧 정책을 확정할 모양이다. 한글이 나라의 글자로서 사회 곳곳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갑자기 한자 부활 정책을 추진하여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이니 철부지 정책이라고 할 만하다. 교육부가 한자 병기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내세우는 논거 중 어느 것도 검증된 바 없고 수긍할 만한 것이 없다. 한자 숭배 단체가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미 결론을 내 놓고 있는 교육부에 한자 병기의 문제점을 논하는 것은 쇠귀에 경 읽기가 될 것이므로 여기서는 이 정책 추진상의 잘못을 지적하려 한다.


교육부의 교과서 한자 병기 정책은 국어기본법 위반이다. 우리나라 어문 정책은 국어기본법을 근거로 해서 추진한다. 그런데 국어기본법에는 모든 공문서에 한글만 쓰도록 규정하였다. 그래서 정부 공문서는 쉽게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 한글로 쓰는 것을 미덕으로 확립해 왔다. 그런데 교육부가 국어기본법을 어기면서 공문서의 일종인 국어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고 하면 국어기본법을 국가가 어기는 것이고, 앞으로 일반 공문서에 한자 병기가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 국가 어문 정책이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1894년 고종황제가 공문서를 한글로 쓰도록 발표한 후, 1948년 이승만 정부의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 1970년 박정희 정부의 한글 전용 정책, 2005년 노무현 정부의 국어기본법 제정 등 120년 동안 이어온 한글 중심 어문 정책의 흐름을 합리적인 근거도 없고, 정책 성공 가능성도 희박한 상태에서 밀어붙이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나는 교육부의 한자 병기 추진이 한자 숭배 단체의 이권을 보호해 주기 위해 졸속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므로 반대한다. 잘 아는 것처럼 한자를 부활시키려는 시도는 몇몇 학자와 그들이 소속된 한자 숭배 단체가 암암리에 꾸준히 진행해 왔다. 다만 사회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한글 전용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었다. 이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한자 숭배 단체가 한자 능력 시험이라는 것을 시행하여 돈을 번 뒤에 정치권과 국가 기관에 로비를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 로비는 이명박 정권 출범 시점에 시작하여 박근혜 정부에서 교육부를 움직이게 된 것이다. 내가 이런 주장을 하면 교육부는 이런저런 반박을 하겠지만 교육부가 이 정책을 추진한 시점과 논거, 추진 방법을 보면 교육부와 한자 숭배 단체의 유착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교육부가 한자 사교육과 연계된 이들 단체의 한자 능력 경진 대회에 줄곧 후원을 해 온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러니 교육부가 한자 병기 정책의 타당성으로 어떤 논리를 동원하더라도 그 정책의 순수성은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일본 자본의 철수로 인해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불과 5년 만에 일본을 극복하고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정보통신의 발달 밑바탕에 한글의 힘이 있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 바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한글을 활용하는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여 지금까지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 성공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나온 교육부의 교과서 한자 병기 추진은 자칫 이러한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이제까지의 국가적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 배반의 정책이요, 자기모순의 정책이다.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고자 한다면 먼저 교과서에 한글만 사용한 언어 정책의 공과를 양심적인 학자들에게 맡겨 조사하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하는 것이 필요한지 판단해야 하므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던 시기와 지금 학생들의 언어 능력을 비교하여 어떤 점이 얼마나 좋아졌고, 어떤 점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밝혀 주기 바란다. 물론 학교 국어 교육이 각 시기에 어떻게 시행되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한자 병기 교과서를 사용하던 시기에는 국어사전을 이용한 낱말 교육이 있었는데 이후에는 그런 교육이 없었다면 학생들의 어휘 능력 하락의 원인을 국어 교육의 부실에서 찾아야지 한글 전용에서 찾으면 안 된다. 학생들에게 학교교육의 의미를 學校’, ‘敎育처럼 한자를 병기하여 교육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 아니면 학교’, ‘교육처럼 한글로 교육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도 조사해 보아야 한다. 어떤 단어는 한글로만 교육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어떤 단어는 한자를 병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단계에서 한자를 병기할 것인지도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조사를 하라고 하면 관변 학자를 동원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관례였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되고, 누구나 납득할 만한 정의롭고 열린 마음을 가진 학자들에게 맡겨서 조사한 뒤에 그 결과를 토대로 하여 언어 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 ()

 

남영신/ 사단법인 국어문화운동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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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자교육(초등교과서 한자병기 포함)관련 공청회

활동/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2015/08/26 13:38

한자교육(초등교과서 한자병기 포함)관련 공청회

2015년 8월 24일(월) 오후 2시, 한국교원대학교 교원문화관 대강당(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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