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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news.donga.com/3/all/20180606/90422251/1


‘먹거리’와 ‘먹을거리’를 보자. 언어의 기본 원리로 볼 때 이상한 일이다. 같은(비슷한) 의미를 가진 비슷한 모양의 말이 둘인 것은 경제적이지 않으니까. 실제로 2011년 이전만 해도 ‘먹거리’는 표준어가 아니었다. 여기에 두 가지 의문이 생겨야 한다. 왜 ‘먹을거리’만을 표준어로 삼았을까? 또 ‘먹거리’를 표준어로 받아들인 이유는 뭘까? 

첫 문제를 풀기 위해 차이를 제대로 보자. 범위를 좀 넓혀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거리’라는 말을 꾸미는가를 살펴보자.

① 국거리, 이야깃거리, 반찬거리, 군것질거리, 걱정거리, 근심거리
② 읽을거리, 볼거리 
비교) 읽거리(×), 보거리(×) 
생각할 거리, 마실 거리, 구경할 거리
 


‘먹을거리’는 어디에 해당하는지부터 보자. ②는 ‘읽-’에 ‘-을’이 붙어 ‘거리’를 꾸미는 관계다. ‘먹을거리’ 역시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런 관계 자체는 ③의 원리와 같다는 점이다. ②는 하나의 단어이고 ③은 그렇지 않다는 면에서 다를 뿐 ②, ③은 모두 우리말 동사, 형용사가 명사를 꾸미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먹거리’는 어떤가? 이 단어가 ①의 원리로 결합된 것이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단어 ①의 첫 번째 요소는 모두 ‘명사’다. ‘명사’와 ‘명사(의존명사)’가 결합한 것이기에 ‘먹-’과 ‘거리’의 결합과는 전혀 다르다. 오늘날 우리는 어미 없이 동사나 형용사로 명사를 꾸밀 수 없다. ②의 ‘읽거리(×)’나 ‘보거리(×)’와 같은 단어들을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말의 문장 속 질서는 동사나 형용사로 ‘거리’를 꾸미려면 ‘-ㄴ, -ㄹ, -는’과 결합해야 한다. 이 문장 속의 질서가 현재 새로운 단어를 만들 때 적용되기도 한다. 이것이 2011년 이전에 ‘먹거리’라는 단어를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다. ‘읽을거리’, ‘볼거리’처럼 ‘먹을거리’가 되어야 우리말다운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 2011년에는 왜 ‘먹거리’를 표준어로 인정한 것일까? 새로이 표준어로 인정했다는 말은 오늘날 우리가 이 단어를 많이 쓴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먹거리’와 ‘먹을거리’가 어느 정도 의미가 구분되어 쓰인다고 생각하고 둘 모두 사전에 올린 것이다. 둘의 의미가 사전에 나온 대로 구분되는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이 두 단어의 경쟁관계가 완전히 결론나지 않아 보인다. 결론 나지 않은 상태의 단어 둘의 의미 구분을 위해 마구잡이로 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히려 ‘먹을거리’를 표준어로 삼았던 이유 자체다. ‘먹거리, 먹을거리’를 설명하기 위해 들었던 예들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 단어들이 어떤 질서로 움직이는가, 이 안에 우리말의 원리가 들었다. 그래서 맞춤법에서는 특수한 몇몇의 사례보다 일반성을 가지는 많은 것들이 훨씬 중요하다. ‘거리’와 관련된 단어나 구 전체에서 ‘먹거리’라는 단어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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