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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했던 1980년 5월 광주를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가 화제다. 여기엔 배우들의 열연도 한몫했다. 송강호·유해진 못지않게 눈길을 끈 이가 류준열이다.
 
그가 연기했던 재식 역과 관련해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의 통역을 자처하며 그의 취재를 돕는 대학생으로 나와 깊은 인상을 남겼다”와 같이 잘못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통역을 자처하며’는 ‘통역을 자청하며’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문맥상 자신을 통역원으로 생각해 그렇게 행동한다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의 통역을 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처’는 자기를 어떤 사람으로 여겨 그렇게 처신하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 정의의 사도임을 자처한다면 그는 자신을 정의의 사도로 여기고 정의의 사도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어떤 자리나 신분에 있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자청’은 어떤 일에 나서기를 스스로 청하는 것을 이른다. 어떤 이가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자청했다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일을 스스로 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유해진은 작품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출연을 자처했다”고 하면 안 된다. ‘출연을 자청했다’로 고쳐야 뜻이 통한다. “자원봉사를 자처한 그들”도 마찬가지다.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섰다는 것이므로 ‘자청한’으로 바루어야 한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출처: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그들이 자청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