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게시판

[원문]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20256&code=11171416&sid1=col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아주 시끄럽다가 조용해진… ‘쥐 죽은 듯’ 기사의 사진
학교 정문 앞 신작로에 좌판 왁자하고, 운동장엔 만국기 펄럭펄럭. 가을운동회 날입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목을 빼고 응원을 하다보면 점심때. 플라타너스 아래에 앉아 엄마가 싸들고 온 밥을 먹고, 달달한 사이다에 삶은 달걀 두어 개 컥컥 먹고 나면 콧구멍으로 목구멍으로 탄산이 푹푹 나오는 것이었는데. 운동회가 파하고, 뒤집어서 쓰면 청군도 되고 백군도 되는 나일론 모자 쓰고, 십리사탕 녹여가며 뉘엿해서 집에 옵니다. 그런데, 운동회는 학교에서만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기마전이며 씨름이며 해서 몸이 천 근. 자려고 누웠는데 천장 너머에서 쥐들의 운동회가 시작된 거였습니다. 요새야 대부분의 집 천장 위에 사람이 살지만 예전엔 쥐가 많이 살았습니다. 추위 나기에 그만한 곳이 없었을 테니. 다정해서 새끼도 낳고, 온 식구가 모여 훔쳐온 나락 까먹으며 대놓고 운동회를 하는 것이었지요. 다다다다닥…. 계주를 하는지 천장을 가로질러 닫는 소리가 이어지고, 참다못해 빗자루로 천장을 냅다 후려치면 쥐 죽은 듯 조용해집니다.

그도 잠시, 열 받는 것 외에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쥐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밤이 깊어 뒷산에서 부엉이가 ‘우엉우엉’ 울면 부엉이가 무서워서 그랬는지, 놀다 지쳐서 나가떨어졌는지 괘종시계가 뎅뎅 열두 번 울 때쯤이면 쥐들이 죽은 듯해졌습니다. ‘쥐 죽은 듯’. 시끄럽다가 조용해진 걸 비유하는 말이지요. 닥치는 대로 쏠고 갈고, 훔쳐 먹고 하는 쥐, 잘 안 죽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107 '도련님·서방님·아가씨' 호칭···여성 93.6% '바꾸자' 2018.11.12 449
1106 한글전용 보도자료등 한글 저변확대 제안 2018.11.12 432
1105 보이는 언어의 기록, 수어사전 2018.11.12 474
1104 [맞춤법의 재발견] 시큰한 발목에서 시큼한 냄새가 난다 2018.11.09 462
1103 따오기 2018.11.09 429
1102 외래어 남발은 글의 의미 전달을 방해하죠 2018.11.09 437
1101 [우리말 톺아보기] 공용어와 표준어 2018.11.09 436
1100 “한글 잃은 고려인 후손, 한국 언어정책 확대 기대” 2018.11.05 448
1099 “엄마 모셔와”(X)→“보호자 모셔와”(O) 학교내 성차별 용어 바꾼다 2018.11.05 470
1098 “이젠 우리말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2018.11.05 470
1097 [세계초대석] “모국어로 노래한 BTS의 소통과 공감… 세계인에 감동 줘 성공” 2018.11.05 453
1096 국립국어원, 정책용어 국민 제보 창구 개편 2018.11.05 431
» [우리말 새기기] 아주 시끄럽다가 조용해진… ‘쥐 죽은 듯’ 2018.11.02 468
1094 [우리말 바루기] 승패 가름하기와 가늠하기 2018.11.02 469
1093 [말글살이] 물타기 어휘 2018.11.02 472
1092 [맞춤법의 재발견]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줘” 2018.10.29 513
1091 한글학회가 거듭나야 우리말글이 산다 2018.10.29 485
1090 문화예술 공연을 통한 청소년 언어문화개선 ‘안녕! 우리말’ 2018.10.29 508
1089 장애자·농아자·부녀자·윤락… 약자 비하 표현 여전 ‘구태의연’ 법령용어 2018.10.29 489
1088 [뉴스투데이 E] 롯데홈쇼핑, 국립국어원과 '홈쇼핑 언어 사용 지침서' 발간 2018.10.29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