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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0242122005&code=940301


법제처, 수차례 정비했지만 헌법·형법·민법 등 곳곳에
“법이 사회 변화 못 따라가 잘못된 용어, 의식에 영향”


장애자·농아자·부녀자·윤락… 약자 비하 표현 여전 ‘구태의연’ 법령용어


법제처가 수차례 법령용어를 정비했지만 아직도 법령에 장애인·여성·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혐오 표현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불리는 법이 사회의 진보는커녕 시대의 추세·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혐오 표현은 법령에 가장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헌법 제34조는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한다. 1989년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놈 자(者)’가 붙는 ‘장애자’ 대신 ‘장애인’을 공식 단어로 쓰기 시작했지만 헌법에는 남아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106조에도 ‘심신장애자’라는 표현이 있다. 

형법 제258조와 군형법 제52·58·60조 등에는 ‘불구(不具)’라는 표현이 나온다. ‘갖추지(具) 못함(不)’이라는 뜻으로 장애인을 불완전한 인간으로 비하하는 표현이다. 국민투표법 제59조에는 ‘맹인’, 형법 제11조와 형사소송법 제33·181조에는 ‘농아자’ ‘농자’ ‘아자’라는 표현이 있다.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등 이미 사회에 정착된 용어가 있는데도 법령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병역법 시행령 제134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35조에는 ‘정신지체’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정신이 ‘지체’됐다는 뜻으로 ‘지적장애인’이 맞는 표현이다. 도로교통법·총포화약법·수상레저안전법 시행령 등에서는 아직도 공식 학술용어인 조현병 대신 ‘정신분열병’이라는 표현을 쓴다. 군인연금법·산업재해보상법 시행규칙에서는 장애인과 ‘정상인’의 운동 가능 범위를 비교하고 있다. ‘정상인’은 장애인을 ‘비정상인’으로 비하하는 혐오 표현이기 때문에 ‘비장애인’을 많이 쓰는 추세다.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도 많다. 민법 제781조는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한다. 성별과 상관없이 자녀란 의미로 ‘아들 자(子)’를 쓴다. 여성의 존재는 지워져 있다. 영화비디오법과 음악산업법에는 ‘접대부’라는 표현이 있는데 조문에 ‘남녀를 불문한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단어 자체가 ‘며느리 부(婦)’를 쓴다. 형법 제269·270조와 주민소환법 제29조 등에는 ‘부녀’, 반민족규명법 제2조와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에는 ‘부녀자’ 표현이 나온다.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6조엔 ‘첩’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법령은 성매매에 대해서도 남성 중심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17조의3에 나온 ‘윤락’이라는 단어는 ‘여자가 타락해(落) 몸을 파는 처지에 빠졌다(淪)’는 뜻이다. 국제형사범죄법 제9·10조에는 ‘강제매춘’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매춘’은 ‘봄(春)을 판다(賣)’는 뜻으로 성매매를 낭만화하는 표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혐오 표현도 있다.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제8조는 “성주체성장애 및 성선호장애를 보이는 사람에 대하여는 개인별로 칸막이를 하고 검사할 수 있다”고 해 소수 성적 지향을 정신장애로 규정한다. 지난 6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제11판(ICD-11) 초안을 발표하며 트랜스젠더를 ‘정신장애’ 항목에서 삭제했다. 국제질병분류는 한국을 포함, 세계의 사망 및 질병통계에 사용되는 분류체계다. 

앞서 법제처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맹인, 간질, 농아, 불구, 정신병 등 5개 장애인 비하 용어를 정비했다. 2014년 57개, 2015년 39개, 2016년 5개, 2017년 2개 등 모두 103개가 ‘올바른 용어’로 대체됐다. 2016년 8월에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으로 법령에 포함된 권위적인 용어, 성차별적인 용어, 장애인 비하 용어 등을 대체하기로 한 바 있다. 

법제처 관계자는 “바꿔야 한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있고 확실하게 대체할 용어가 있는 경우를 우선 정비했다. 형법 등은 용어가 바뀌면 처벌 요건도 바뀔 수 있어 신중하게 바꿔가겠다. 법령 개정 절차가 복잡하고 국민과 부처 의견도 들어야 해 많은 용어를 한 번에 고치기는 힘들다. 절차를 거쳐 신속하게 정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김재왕 변호사는 “사회가 쓰는 말이 바뀌었다면 사람의 생각도 바뀐 것인데 법이 변화를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법이 잘못된 용어를 그대로 두면 사람의 의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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