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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46027&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주장] 국가보훈처 블로그에 성차별-시대착오적 단어 버젓이

검색을 하고 있었다. 광고 창에 국가보훈처에서 진행하는 '보훈의 달' 이벤트 안내가 보인다. 이벤트라니 뭘까? '6.25 전쟁'에 대한 퀴즈를 맞히면 상품권을 준단다. 

사진과 지도를 보고 이게 6.25전쟁의 어느 국면인지 맞추는 거다. 생각보다 문제가 어렵다. 아래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힌트가 있다. 얼른 힌트를 클릭했다.

한국전쟁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한국군 전사자 수와 미국군 전사자 수 그리고 전쟁고아 수가 쭉 나온다. 그리고 아래에 '전쟁미망인'이 30만 명이라고 적혀있다.


이상하다. '미망인'이란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할 단어인데 국가기관의 공식 블로그에서 이런 단어를 쓰다니... 이해가 안 된다.

우리나라 말 중에서 가장 성차별적 단어를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미망인'이 선두에 서게 될 거다. 그 이유는 '미망인'의 한자에 숨겨져 있다.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면 미망인의 뜻이 이렇게 나온다. 


미망인 
未(아닐 미) 亡(망할 망, 없을 무) 人(사람 인)
남편(男便)과 함께 죽어야 할 것을, 아직 죽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과부(寡婦)가 스스로를 겸손(謙遜)하며 일컫는 말.

미망인의 한자를 그대로 직역을 하면 '아직 안 죽은 사람'이다. 결국 이 단어의 바탕엔 남편이 죽으면 아내도 따라 죽어야 했던 과거의 남성 중심적 가치관이 담겨 있다. 자연스레 왕이 죽으면 종을 함께 묻었던 순장제가 떠오른다. 

네이버 뜻풀이 아래엔 '미망인'의 유래가 되었던 <<춘추좌씨전>>의 <장공편>의 본문이 나온다. 일부를 옮겨 보면 이렇다. 

이를 듣고 있던 희의 모친 목강(穆 姜)은 매우 기뻐하여 말하기를, 「이번에 퍽이나 큰 신세를 끼쳤습니다. 당신은 선군(先 君) 때부터 충성을 다했고, 이 미망인인 나에게까지 진력하여 주셔서 고맙기 그지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역시 『시경(詩 經)』의 녹의(綠 衣)의 종장(終 章)에 만족(滿 足)의 정을 의탁하여 노래를 부르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춘추좌씨전>>은 춘추시대에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중국 춘추시대에 희의 모친이 자신을 일컬어 미망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2천 년도 훨씬 더 지난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미망인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물론 좋은 표현이라면 지금도 계속 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와는 하나도 맞지도 않을뿐더러 반인권적인 단어를 우린 왜 계속 쓰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렇다면 국립국어원에서는 미망인을 대신해 따로 권하는 단어가 있지 않을까? 국립국어원 표준어대사전에서 미망인을 검색하면 단어의 뜻이 이렇게 나온다. 

'남편을 여읜 여자. <<춘추좌씨전>>의 <장공편(莊公篇)>에 나오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에선 '미망인' 단어에 문제 있음을 알고 단어의 뜻을 직역하지 않고 순화해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대체어에 대한 제안은 보이지 않는다. 

네이버 사전 아래 '국어사전에서 뜻풀이 더 보기'를 클릭하면 이런 설명이 달려있다.

부가정보: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이 당사자를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 

이렇게 '미망인'이란 말을 당사자가 아닌 타인이 쓰면 실례가 된다고 설명을 하며 주의를 주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가? 

흔히 '미망인'을 격식을 갖춘 단어로 생각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타인을 칭하는 용어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유명한 인사의 추모식 자리에서 '고 ○○○ 선생님의 미망인'이란 표현을 쓰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미망인 이란 단어는 과거에 아내의 삶이 남편에게 종속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단어일 뿐이다. 이 단어는 과거의 유물에 불과하다. 전혀 상대를 높이는 말도 아니고 써야 할 단어도 아니다. 

혹시라도 아내가 먼저 죽었다고 해서 남편이 스스로 '미망인'이라 칭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던가? 한 번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그렇게 좋은 의미의 단어라면 왜 남자에게는 칭하지 않는 것일까?

국가보훈처의 공식 블로그에서도 '전쟁미망인' 대신에 '전사자의 아내'로 바꾸면 어떨까? 물론 학자들이 고민하면 더 좋은 표현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공기관부터 이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데 솔선수범을 하면 좋겠다. 그리고 국립국어원은 '미망인'의 뜻을 완곡하게 설명하기보다는 대체어를 만들어 시급히 보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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