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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news.donga.com/3/all/20180530/90311554/1


누군가 자신보다 높은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고 생각해 보자. 일단 어떻게 답하는가? 높은 사람에게 긍정적 의미의 답을 할 때도 같은 상황이다. 우리는 어떻게 말하는가?

일상에서 우리는 자신이 ‘네’라 발음하는지 ‘예’라고 발음하는지 의식하지 않고 산다. 하지만 이를 표기하려면 난감해진다. ‘예’라고 쓸지, ‘네’라고 쓸지 혼동되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네’와 ‘예’가 모두 표준어이고 발음대로 적으면 된다. 이렇게 하나의 의미에 둘 이상의 형태를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을 복수 표준어라 한다. 표준어 규정 안에 아예 ‘복수 표준어’ 항목이 있을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차라리 규범으로 하나를 명확히 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규정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는 것이 있다. 이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질문이 이어져야 한다. ‘네’와 ‘예’는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 또 ‘네’와 ‘예’ 모두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네’나 ‘예’의 옛말은 ‘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방언에 ‘녜’로 나타나 그 추정에 힘을 보탠다. 이 옛말은 오늘날 ‘네/예’가 나타날 수밖에 없음을 제대로 보여준다. 어째서 그러한가? ‘녜’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음운현상이 관여하면 ‘네/예’가 되기 때문이다. ‘ㄴ’과 관련된 두음법칙을 보자. 옛 문헌에서는 ‘ㄴ’으로 시작되는 말이 오늘날보다 훨씬 많았다. 몇몇 예들을 보자.


니르다(이르다), 니마(이마), 
녀기다(여기다), 녀자(여자),
 
냥념(양념), 녀름(여름)
 


괄호 바깥이 옛말이고 괄호 안이 오늘날 말이다. 모두 첫머리의 ‘ㄴ’이 탈락하여 오늘날 말이 됐다. 이를 ‘녜’에 적용하면 그대로 오늘날 말인 ‘예’가 된다. 1988년 이전 맞춤법에서 ‘예’를 표준어로 삼은 것은 ‘ㄴ’과 관련된 두음법칙의 강화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네’라는 발음에도 이 현상이 관여하는 것일까?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아래 표를 보자.




이 두음법칙은 모음 ‘ㅣ, ㅑ, ㅕ, ㅠ, ㅛ’ 앞에 ‘ㄴ’을 꺼리는 현상이다. 즉 ‘ㄴ’과 ‘ㅣ’ 혹은 ‘ㄴ’과 ‘y’가 연결되는 것을 꺼리는 현상이다. 여기서 ‘y’는 ‘ㅛ, ㅑ, ㅠ, ㅕ’의 앞에 온 반모음을 말하는 것으로 ‘ㅣ’ 모음과 소릿값이 같다. ‘녜’가 ‘예’로 변화한 것은 ‘ㄴ’과 ‘y’의 연속에서 ‘ㄴ’을 탈락시킨 것이다. 이와 다른 방법이 하나 남는다. ‘ㄴ’과 ‘y’에서 y를 탈락시키는 방법이다. ‘ㅖ’에서 ‘y’를 탈락시키면 ‘ㅔ’로 바뀐다. 그래서 ‘네’가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서울말에서는 이 ‘네’가 훨씬 더 많이 쓰인다. ‘네’와 ‘예’ 모두 ‘ㄴ’과 관련된 두음법칙을 준수하고 의미 차이도 없으니 이 둘을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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