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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상처

2018.04.16 13:18

관리자 조회 수:36

[원문] http://news.donga.com/3/all/20180411/89551456/1


해시태그는 ‘해시(#)’와 ‘태그(tag)’를 결합한 복합어로, 특정한 단어나 문구 앞에 #를 붙여 게시물을 쉽게 분류하고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가리킨다. 2007년부터 통용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세계적인 공통어가 되었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는 그 말이 사용된 지 수년이 지난 2013년, 그 말을 ‘모-디에즈(mot-di‘ese)’라는 프랑스어로 바꾸려고 했다. 그러자 트위터 사용자들이 항의를 하고 난리였다. 너무 늦었던 것이다. 결국 프랑스 정부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것은 당당해도 되는 실패였다. 자국어의 보호막이 외국어의 ‘침략’으로 뚫려 상처가 나는 걸 막기 위한 언어주권 정책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편협한 언어순결주의라고 아무리 비웃어도, 프랑스 정부는 정기적으로 프랑스어를 ‘침략’하는 외국어를 걸러내고 털어낸다. 언어는 살아있는 유기체여서 어느 정도까지 보호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에서다. 아름다운 프랑스어는 그렇게 보호를 받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프랑스 정부처럼 ‘해시태그’라는 말에 대해서 고민해본 적이 있던가. 하기야 이것은 너무 사치스러운 질문이다. 우리말이 이미 영어로 도배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면 영화 제목도, 노래도, 신문 기사도, 간판도, 심지어 옷 이름도 영어가 들어가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영어 단어가 스스럼없이 튀어나온다. 어떤 텔레비전 뉴스는 꼭지 제목을 아예 영어로 쓰고 있다. 신문들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우리말에 상처를 내는 데 공모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스스로가 모국어의 몸에 상처를 내는 기이한 가학성, 이것을 치유하는 유일한 길은 프랑스 정부가 택한 공격적인 보호 정책이다. 편협한 언어순결주의, 언어국수주의라는 비난을 받으면 좀 어떤가. 우리의 영혼이나 다름없는 모국어에 상처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데.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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