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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노경아 기자] 2017년이 오늘을 포함해 나흘 남았다. 반가운 얼굴들을 송년회에서 보는 게 진실로 즐겁다. 몸이 피곤할지언정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함께 나누자”는 제안을 어찌 뿌리칠 수 있겠는가. ‘88꿈나무(88학번 동기)’도 곧 모인다. 중고생은 물론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됐지만, 그날만큼은 다들 빛나던 대학 시절로 돌아가리라.

개그맨이 꿈(지금도 그 꿈을 버리지 않은)인 친구와는 “아이고, 노 사장! 아이고, 이 사장! 반갑구먼, 반가워요. 반갑구먼, 반갑습니다!”라며 추억의 개그로 유쾌하게 인사를 주고받을 것이다. 술잔이 몇 바퀴 돌고 난 후 종합일간지 기자인 k가 심각한 표정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꺼내면, ‘삐삐(말괄량이 삐삐를 닮아 붙인 별명)’는 “정치, 경제, 교육 이야기는 개나 줘 버려”라며 “우리에겐 ‘별이 빛나는 밤에’ ‘김광석’ ‘삐삐’ 등 추억이 널리고 널렸다”고 외쳐 술맛을 돋울 것이다.

여기저기서 송년회 건배 소리가 드높다. ‘30초의 미학’이라 불리는 만큼 건배사는 짧고 재치가 있어야 한다. 모임의 성격에 맞게 현실과 희망을 담아 외치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최근 들은 건배사 중 무릎을 탁 치게 만든 건 ‘명품백’이다. “명퇴 조심, 품위 유지, 백수 방지”의 줄임말이란다. 제창자가 “누나(누가 나의 편)?”라고 선창하면 다같이 “언니(언제나 니편)”라고 답하는 대화형 건배사도 정감이 넘친다. 진심이 담긴 건배사는 덕담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송년회의 문제는 숙취(宿醉)와 피로. 건배사를 외칠 때마다 한잔 술이 술술 넘어간다. 호기롭게 폭음한 뒤끝은 속쓰림, 두통, 구토 등으로 몹시 괴롭다. 콩나물국, 북엇국에 해장 커피, 해장 아이스크림까지 먹어 속을 달래 보지만 숙취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잠을 편안하게 잘 수 없으니 피로 또한 쌓일 대로 쌓인다. 바로 이 순간 필요한 건 피로회복제일까, 피로해소제일까?

회복(回復)은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대상은 당연히 긍정적인 말이 와야 한다. 명예 회복, 신뢰 회복, 건강 회복, 원기 회복, 체력 회복…. 그런데 ‘바○○’ 등 건강음료를 만드는 제약사의 홍보 탓인지 이맘때만 되면 피로를 회복하라고 난리다. 피로는 정신이나 몸이 지쳐서 힘든 상태이다. 그런 피로를 되찾아 어쩌라는 건지? 계속 피로를 느끼며 살라는 것은 아닐 터. 눈치챘겠지만, ‘피로 회복’은 한마디로 실제 말하고자 하는 뜻과는 정반대인 모순된 표현이다.

몇몇 사람들은 ‘피로 회복에 좋은 차’, ‘피로 회복에 효과적인 운동’ 등 ‘피로 회복’이 좋은 의미로 널리 쓰이고, 사회성까지 지녔으므로 인정하자고 말한다.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이다. ‘피로 회복’은 명확히 틀린 표현이며, ‘어려운 일이나 문제가 되는 상태를 해결하여 없애 버린다’는 말 ‘해소’가 있기 때문이다. 피로는 회복하지 말고 해소해야 한다. 그러니 위의 질문은 ‘피로해소제’가 정답이다.

한 해 마무리는 좋은 이와 오붓하게 하길 권한다. 힘들었던 일, 화났던 일, 아쉬웠던 일 등 한 해의 앙금과 찌꺼기를 웃으며 정(情)으로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이 넘치는 대화가 이어지니 숙취해소제나 피로해소제를 먹을 일도 없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2017년을 건강하고 즐겁게 마무리하십시오.

출처:코리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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