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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말글연구소 27일 연구발표회
나이·지위·성별 따라 차별화된
‘호칭의 민주화’ 위한 방안 모색

한국어는 ‘호칭’이 유난히 까다로운 언어로 꼽힌다. “언어 그 자체의 의미에만 충실하게 기대어 소통을 하는 ‘저맥락 언어’가 아니라, 언어적 의미 전달보다는 주어진 상황과 맥락에 많이 의존하며 소통해야 하는 ‘고맥락 언어’”(김하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과 교수)이기 때문일 터다. 언론에서 대통령 부인의 이름에 ‘씨’를 붙인 데 대한 반발이 일었던 것도 한국어에서 호칭 문제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한겨레말글연구소는 27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한국 사회의 호칭 문제’를 주제로 연구발표회를 연다. 발표문에서 김하수 교수는 “고맥락 언어인 한국어 사용자는 다양한 호칭을 사용하면서도 늘 호칭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더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면서도 언어적으로는 끊임없이 차별화, 차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문제로 꼽고, 사회 혁신에 걸맞은 언어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분과 지위의 차이, 성별의 차이 등을 한번에 뛰어넘는” ‘보편적 호칭의 발견’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정복 대구대 국어국문과 교수 역시 쓰임새가 넓은 ‘두루높임 호칭어’가 정착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사회적소통망(SNS)의 호칭 문화를 참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님’과 같은 말을, ‘선생님’ 등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쓰는 ‘두루높임 호칭어’로 써보자는 제안이다.

여성은 남편 가족 구성원들에게 존댓말을 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 남성은 아내 가족 구성원들에게 보통말을 사용하는 등 호칭에 내재된 성차별 역시 오랜 문제다. 여성주의 관점에서 호칭 문제를 검토한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부대표와 백운희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성별이나 연령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언니’라 부르는 등 이를 깨트리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성곤 <한국방송>(KBS) 아나운서실 방송위원은 ‘앵커’, ‘기자’, ‘의원’ 등 현재 남용되고 있는 호칭을 아예 떼어버리는 등 잘못된 호칭 문제를 바로잡는 데 방송 언어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나이와 지위, 성별의 차이를 얼마나 좁힐 것인가가 ‘호칭 민주화’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직함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직함 뒤에 ‘님’을, 직함 없는 사람에게는 나이와 무관하게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회엔 김형배 국립국어원 연구관, 이진로 영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임석규 <한겨레> 논설위원이 토론에 나설 예정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출처:한겨레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25154.html#csidx7f6200a699b33f98996d7087507b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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