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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야∼∼’, 한 번 해봐.”

대구 출신의 송모(20·여)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선배들로부터 이런 요구를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사투리를 쓰는 게 귀엽다”느니 “계속 사투리로 말해라”라는 등의 말도 자주 들었다. 처음에 별 생각없이 선배들의 요구를 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쾌해졌다. ‘오빠야∼’라는 사투리를 ‘경상도 여성들의 애교’와 등치시켜 흥밋거리로 만들고 있는 선배들의 속내가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송씨는 “사투리를 해보라고 할 때면 재롱을 부려보라는 요구를 받은 동물이 된 것 같아 불쾌하다”며 “사투리를 가지고 특정 이미지를 강요받는 것은 폭력적”이라고 꼬집었다.
대전이 고향인 이모(23)씨 역시 서울에 살면서 충청도 사투리를 해보라는 은근한 강요를 받곤 한다. 주로 말 끝에 ‘∼여유’를 붙이라는 거였다. 때로 지인들은 충청도 사투리를 흉내내면서 행동이 느릿느릿한 모습을 연출하거나 심지어 바보같은 이미지를 덧씌우기도 했다.

사투리에 투영된 편견과 호의를 가장한 폭력이 이처럼 질기다. 대인관계, 직장생활 등에서 사투리의 사용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조사도 있다. 사투리가 한국어를 풍요롭게 하며, 보존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투리에 대한 편견과 폭력적 시선은 넘쳐난다. 특히 대중매체에서 깡패나 잡부 등 부정적 요소가 많은 인물은 사투리를 쓰고, 주인공이나 지적인 인물은 표준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등장인물의 선악, 이미지를 가르는 주요한 요소로 활용되기 십상이다. 최근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이 진한 조선족 말투를 구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영화 ‘신세계’에서도 깡패 역할을 맡은 ‘정청’이 호남 방언을 사용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정치적 편견이 사투리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라도 사투리는 폄하와 조롱의 의미로 쓰인다. ‘슨상님’(김대중 전 대통령 비하), ‘오오미 역시 통수의 (전)라도 랑께’(전라도 사람들이 배신을 잘한다는 의미), ‘까보전’(까고보니 전라도·부정적 사건이 당사자들이 전라도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 등의 글을 올리면서 전라도 사투리와 지역민에 대한 막무가내식 편견과 적의를 조장한다.

또 제주 4·3항쟁을 겪었던 제주도민들이 이념문제에 얽히기 싫어 의식적으로 제주 사투리를 피한 사례도 있다. 제주에 사는 김모(79) 할머니는 “제주말을 쓰면 빨갱이로 몰아가던 시절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시간이 길어져 제주 사투리는 이제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을 받는다.

이런 상황은 사투리에 대한 각종 조사에서 확인된다. 국립국어원이 5년마다 실시하는 조사(응답자 5000명)의 ‘지역 방언 사용자들과의 대화에 대한 견해’ 항목에서 ‘사투리가 친근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0년 58.9%, 2015년 42.5%로 줄어들었고, 불편하고 어색하다고 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17%에서 19.1%로 늘었다. 민간조사 기관인 엠브레인의 조사(응답자 1000명)에서는 ‘특정 사투리를 쓰는 사람에게 편견이 있다’는 답변이 전체의 27.2%로 나타났고, 취업시 면접이나 발표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도 각각 58.7%, 75.3%로 집계됐다.

경희대 조현용 한국어교육과 교수는 “사투리는 표준어를 잣대로 고쳐야 하는 말이 아니라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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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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