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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면, 언어도 변합니다. 철옹성인 줄로만 알았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새로운 단어가 추가되기도 하고 기존의 의미가 바뀌기도 합니다. 또 그 변화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2017년 들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바뀐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페미니스트’처럼 뜻풀이의 일부 바뀌기도 하고,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의 시각이 반영된 단어도 눈에 띕니다.

“성 격차 해소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 한글날과 추석 전후로 성차별적인 가족 호칭에 대한 지적이 있기도 했고요. 그런 차원에서 문제 제기가 이뤄지면 사전에 반영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직접 발굴하기도 하고, 국민들께서 시대에 맞게 고쳐야한다고 제안을 주시기도 합니다.”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 김선철 과장에 따르면 국민들의 의견이 가장 활발하게 접수되는 창구는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입니다. 각 어휘 항목마다 아래에 ‘의견 보내기’ 칸이 마련되어 있어 손쉽게 의견 접수를 할 수 있습니다. 직접 전화를 걸어 제안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창구로 접수된 의견 중 논의가 필요한 경우 안건화해서 정보보완심의회 내부 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원장의 결재를 받아 최종 수정을 합니다. 외부위원 5인과 내부위원 4인으로 구성된 국어전문가들이 1년에 4회 가량 정기 심의 회의를 가져 수정 사항을 검토하고 수정 방향을 잡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일상 언어와 동떨어져 있다는 의견과 지나치게 시류를 따라간다는 비판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김 과장은 “<표준국어대사전>은 국민언어생활을 안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규범 사전이라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교육적인 역할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께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8년 동안 500여명이 참여한 편찬 작업을 거쳐 1999년 발간됐습니다. 방대한 자료와 시장성 문제로 현재는 온라인으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종이사전으로 발행되는 국어사전은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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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사전이 달라졌어요

▶선생님

3> 남자 어른을 높여 부르는 말.

→ 3> 나이가 어지간히 든 사람을 대접하여 이르는 말.

“이제야?” 싶은 대목이지만, 지금이라도 바뀌어서 다행이다 싶은 변화입니다. 이제 ‘여자 사람 어른’도 선생님이라 불릴 수 있게 됐습니다.

▶다큐멘터리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극적인 허구성이 없이 그 전개에 따라 사실적으로 그린 것.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의 드라마나 소설, 기록 따위가 있다

→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사실적으로 담은 영상물이나 기록물.

다매체시대를 맞아 매체를 특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트렌드를 반영한 듯합니다. 이처럼 사족처럼 붙은 설명을 과감히 잘라내는 결단도 눈에 띕니다.

▶장애인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어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 ≒장애자.

→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 능력이 원활하지 못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이 있는 사람. ≒장애자.

‘제약을 받는 사람’이 ‘어려움이 있는 사람’으로 완곡한 표현으로 바뀌었습니다.

▶페미니스트

2>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2> 예전에,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던 말.

페미니스트의 두 번째 뜻풀이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이에 따른 사회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 대표적인 단어로 보입니다. 페미니스트의 1번 뜻풀이는 「1」‘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표준국어대사전은 ‘페미니즘’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이 단어의 미래도 궁금해집니다.

▷페미니즘 :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ㆍ경제ㆍ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 ≒남녀동권주의ㆍ여권 확장론.

▶기호품

1> 술, 담배, 커피 따위와 같이, 영양소는 아니지만 독특한 향기나 맛이 있어 즐기고 좋아하는 음식물.

→ 1> 독특한 향기나 맛이 있어 즐기고 좋아하는 물품. 술, 담배, 커피 따위가 있다.

‘영양소는 아니지만’이 빠진 것을 보면 이제 ‘어른들’ 눈치 안보고 맘껏 기호품을 즐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전 특유의 다소 고압적인 색채를 지우려는 걸까요?

▶몽니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때 권리를 주장하기 위하여 심술을 부리는 성질.

→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내는 심술

1990년 말 정치계에서 사랑받던 단어 ‘몽니’가 2017년 들어 새롭게 정의됐습니다. 1999년 김종필 당시 총리는 자민련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몽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몽니는 정당한 요구를 했는데도 안들어주고 무시당할 때 덤벼들며 요구하는 것. 어린애가 중국빵을 먹으려고 하는데 엄마가 돈이 있으면서도 안사줄 때 부리는 몽니다.” 과연 김 전 총리는 대사전의 변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집니다.

■친절해진 국어대사전


▶해맑다

‘하얗고 맑다’라는 기존 한 개의 뜻풀이가 세 개로 늘었습니다. 덕분에 ‘해맑은 웃음소리’와 같이 청각적 이미지에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요즘 쓰임에 맞게 한결 섬세해진 느낌입니다.

1> 물질적인 대상물이 환하게 맑다.

2> 사람의 모습이나 자연의 대상 따위에 잡스러운 것이 섞이지 않아 티 없이 깨끗하다.

3> 소리 따위가 탁하지 않고 경쾌하다.

▶그대로

‘1> 변함없이 그 모양으로. 2> 그것과 똑같이’라는 부사의 뜻풀이 외에 명사(1> 그 자체. 2> 그것과 똑같은 것)의 뜻풀이가 추가됐습니다.

‘지붕에는 청산을 이고 뜰에는 옥계가 흐르는 데 간설 속에 잠든 듯 누워있는 농가는 ‘그대로가’ 그림이요, 선경이다.’ 예시로 붙은 정비석의 <비석과 금강산의 대화> 속 문장이 다시 보입니다.

▶외국어

‘1> 다른 나라의 말’이라는 기존 뜻풀이가 ‘2>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아직 국어로 정착되지 않은 단어. 무비, 밀크 따위가 있다’로 풍부해졌습니다.

▶점심

점심은 ‘낮에 끼니로 먹는 음식’에서 ’하루 중에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정오부터 반나절쯤까지의 동안에 끼니로 먹는 음식. 또는 그 시기에 끼니를 먹는 일‘로 바뀌었습니다. 한결 일상 언어와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차오르다

‘어떤 한도나 높이에 다다라 오르다’로 한정적이었던 의미가 두 가지 뜻으로 확장됐습니다.

1> 물 따위가 어떤 공간을 채우며 일정 높이에 다다라 오르다.

2> 감정 따위가 마음속에 점점 커지다.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중 ‘원장의 목소리에는 점점 더 자신감이 ‘차오르고’ 있었다’는 문장이 바로 그 예시입니다.

▶투여

‘약 따위를 남에게 줌’이라는 의미가 ‘1> 약 따위를 환자에게 복용시키거나 주사함. 2> 돈이나 노력 따위를 어떤 일에 들임‘으로 넓어졌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예시로 든 ’은행의 부실을 막기 위한 공적 자금 ‘투여’가 확실시되고 있다’는 문장은 이미 경제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죠.

▶표준어

학창시절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기존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 의사소통의 불편을 덜기 위하여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공용어의 자격을 부여받은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의 뜻풀이가 2개로 나뉘어 정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불편을 덜기 위하여’라는 부분이 삭제됐습니다.

1>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

2>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단어.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늦되다

‘1> 곡식이나 열매 따위가 제철보다 늦게 익다. 2> 나이에 비하여 발육이 늦거나 철이 늦게 들다’ 외에 ‘3> 어떤 일을 하는 데 평균보다 더 걸리다’가 추가됐습니다.

▶과제

‘1> 처리하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에 2>가 붙으며 구체적인 의미가 추가됐습니다.

2> 주로 교육 기관 등에서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높이기 위해 교사나 교수가 학생들에게 내어 주는 연구 문제.

▶소지

‘본래의 바탕’이었던 기존 뜻풀이에 ‘2> 문제가 되거나 부정적인 일 따위를 생기게 하는 원인. 또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추가됐습니다. ‘위험의 ‘소지’를 제공하다, 오해의‘소지’를 없애다, 이 법은 악용될 ‘소지’가 있다‘ 등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데 따른 듯합니다.

▶아담하다

‘아담하다’라고 하면 크기의 작음을 대번에 떠올리게 마련인데, 기존 국어대사전에는 ‘1> 고상하면서 담백하다’는 뜻풀이만 있었습니다. 올해 ‘2> 적당히 자그마하다’는 의미가 추가됐습니다.

<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


출처: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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