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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비가 온 다음날 해 뜨는 아침이면 사시사철 금호강의 윤슬은 아름다웠다. 강창교를 건너 이락서당이 있는 파산을 오르면 어제 세차게 내린 비로 발밑에 밟히는 물기 묻은 초목도 모를 꺾었다. 나무 밑에는 알밤과 도토리의 도사리들이 수북이 떨어져 있었다.

에이쒜 재채기를 하고는 산을 올랐다. 옛날 ‘개치네쒜!’를 외치면 고뿔이 들어오지 못하고 물러갔단다.

‘윤슬, 모를 꺾다. 도사리, 애면글면, 기이다, 지싯지싯, 홀제, 에이쒜, 개치네쒜, 고뿔’은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어릴 때 시골에서 도사리, 애면글면, 에이쒜, 고뿔은 많이 들었다. 맑고 밝고 상냥스럽고 고운 말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올해 한글날은 517돌이다.

세계의 언어학자들은, 한글의 글자가 만들어진 원리와 모양에 감탄하여 ‘세계 글자의 꽃’이라고 했다. 또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고 했다. 유네스코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훈민정음’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하였다. 그리고 ‘세종대왕상’을 문맹퇴치한 사람에게 매년 주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세종’의 이름이 들어간 학교와 학당이 생겨났다. 우리 국민들에겐 참으로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한 일이다.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는 ‘어리석은 백성이(愚民)’이 나온다. 정인지는 해례서에서 ‘글을 배우는 사람은 긴요한 뜻을 깨닫기 어려움을 걱정하고, 죄인을 다스리는 사람은 죄의 원인을 파악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우민을 설명하였다.

세종실록에도 ‘글 배우는 사람은 문맥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옥사 다스리는 사람도 그 사정을 잘 알지 못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세종대왕은 옥사를 다스리는 사람들이, 죄인들이 그 곡절을 잘 표현하지 못하여 ‘둥근 도끼구멍에 네모진 도끼자루’를 끼우는 잘못을 몹시 경계하였던듯하다.

세종은 즉위하면서 ‘어짊을 베풀어, 정치를 펴겠다.’고 했다. 맹자가 양해왕과의 대화에서 ‘정치를 쇄신하고, 어짊을 베풀라.’는 내용과는 순서가 바뀌어 있다. 세종은 모든 백성이 살맛나게 일상생활에 전념하면서 삶의 즐거움을 누리도록 하는 마음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즉위 후에도 ‘하늘이 보는 것은 우리 백성이 보는 것에서 시작되고, 하늘이 듣는 것도 우리 백성이 듣는 데서 시작된다.’하였다. 그래서 훈민정음의 창제 동기와 목적도 바로 애민정신에서 비롯되었으리라.

훈민정음 28자 창제도 ‘옥사 다스리는 자도 그 곡절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에 초점이 맞추어졌음은 당연하다, 그 곡절이란 죄인들이 죄를 지은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과 내용, 까닭 등이 문자의 어려움으로 문맥이 변화되어 상황파악이 바뀌는 경우이다.

훈민정음 제자해에 28자는 상형하여 지은 것이라 하였다. 그런데 한자는 사물을 보고 모양을 본 떤 것인데, 훈민정음은 사람 소리의 조음형태를 본 떤 상형이라 하였다. 먼저 어금니 소리, 혀 소리, 입술소리, 이 소리, 목구멍소리의 오음을 정하였다. 이 기본 소리에 가획하여 초성의 소리를 만들었다. 그것이 닿소리 17자이다.

홀소리는 하늘, 땅, 사람으로 기본 글자를 만들고, 입을 닫느냐 여느냐에 따라서 4자를 만들었다. 또 (?)를 가획하여 4자를 만들었다. 모두 11자가 된다. 이 홀소리를 중성으로 썼다. 종성은 초성 17자를 그대로 써서 글자의 획순이 줄었다. 배우기 쉽고 쓰기 편리해졌다.

샘슨은 한글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질문자’라고 정의를 내렸다. 세종대왕이 발성기관의 모양과 소리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만든 문자이기 때문이다.

세종은 ‘억지로 가르치지 말고 배우는 자의 의사에 따르게 하라.’는 말로 백성들에겐 돌쩌귀 역할을 당부했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애민정신은 정말 위대하다.


출처:대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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